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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의 마켓 나우] AI 연구의 진화에 맞춰 정책도 진화해야

중앙일보

2026.01.15 07:08 2026.01.1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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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미래자동차석사과정 교수
2024년 말, AI계 거목 일리야 슈츠케버가 찬물을 끼얹었다. ‘더 큰 모델과 더 많은 데이터만으로는 더는 획기적인 진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그의 문제 제기는, ‘AI는 끝났다’는 식의 부정적 요약으로 이해됐다. 슈츠케버의 진단은 AI 연구의 진화를 자극했다.

지난 10여년간 AI의 발전은 ‘학습’에 의존했다. 더 많은 데이터, 더 큰 모델이 곧 성능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데이터는 고갈됐고, 고품질 데이터는 희귀해졌다. 분명 한계에 다다랐다.

‘추론’이 돌파구였다. AI가 즉각 답을 내놓는 대신 내부적으로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논리를 쌓게 하자 성능이 다시 도약했다. 경쟁의 중심은 이제 무엇을 얼마나 학습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생각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문제는 비용. 추론 능력 강화는 막대한 메모리와 초고속 네트워크,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요구한다. 전력과 냉각, 반도체라는 물리적 제약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며 AI는 인프라 경쟁으로 되돌아왔다.

이 변화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피지컬 AI다.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챗봇처럼 답을 고를 수 없다. 에너지 효율과 반응 시간, 안전이라는 조건 속에서 실시간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 단계에서 AI는 대화 프로그램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가 된다.

그러나 이런 AI는 누구나 만들 수는 없다. 추론 중심의 AI는 자본과 시스템 최적화를 요구하며, 주도권은 구글·오픈AI·앤트로픽·xAI 같은 소수의 프론티어 랩(초대형 인공지능 연구개발 조직)으로 집중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로드맵은 이 격차를 더 벌린다.

이제 AI 경쟁력은 알고리즘의 우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인프라를 설계하고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산업적 체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글로벌 생태계와의 호환성을 잃는 순간, 기술 격차는 구조적 도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슈츠케버의 말은 이렇게 고쳐야 한다. ‘학습 스케일링’은 끝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추론 스케일링’은 이제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이런 변화를 상징한다. 현대차는 에너지·배터리·로보틱스·모빌리티를 결합해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AI 인프라의 설계자로 이동하고 있다. 배터리 캠퍼스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양산화는 피지컬 AI의 무대가 산업 현장임을 보여준다.

AI의 발전은 이제 알고리즘과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전기와 에너지, 공장과 로봇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AI는 지금이 진짜 전환점이다. 연구 진화에 맞춰 국가 정책도 진화해야 한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미래자동차석사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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