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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체육단체 선거에 인기투표 막을 장치 필요

중앙일보

2026.01.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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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대한체육회에서 체육단체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마침 국회에서 공청회가 열렸고,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번 회장은 영원한 회장이 되지 않도록 민주적 제도를 잘 마련하라”고 주문해 체육회 선거제도 개선 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현행 체육회장 선거 제도는 약 2000명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다. 이를 앞으로 30만 명 이상의 체육인의 직선제로 전환하고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명분과 방향성에서 보면 개선 방향은 무난하다. 좀 더 고심이 필요한 부분은 모든 득표를 등가로 합산해 최다 득표자를 가리는 평등선거 원칙을 적용하느냐 여부다. 적임자가 선출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숙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직선제 도입, 모바일 투표 논의
단체 유형·직군 불균형 고려해
전문성·리더십 적임자 선출해야

체육회는 정부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정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다. 정부가 기관장을 임명하는 일반적 공공기관과 달리 체육회는 자체 선거로 회장을 선출하는데, 이는 올림픽 헌장이 보장하는 NOC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함이다. 회장 선출 제도를 정비한다면 국제적으로 NOC 수장, 국내에서는 공공기관장으로 두 역할을 모두 수행할 적임자가 선출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헌법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에 직선제와 평등선거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모든 직선제 선거에 평등선거를 적용하지는 않는다. 의도치 않은 부작용 우려 때문이다. 우선 유권자 집단 간에 인원 불균형에 따른 대표성 왜곡이 생길 수 있다. 체육회의 경우 회원 단체 유형과 유권자 직군에 따른 불균형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종목 단체 간에 인원 편중은 자명하다. 체육단체 선거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축구·배드민턴 등 상위 5개 종목의 투표권 비중이 65%나 된다. 단순 합산 방식의 직선제를 적용하면 체육회장이 아닌 ‘상위 5개 종목 회장’이 선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체육회장이 NOC 대표로 자체 선거를 가능하게 한 만큼 올림픽 유관 단체의 비중도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 체육회 회원종목 단체에는 족구 등 비올림픽 종목이 43%나 된다. 전국 17개 시·도, 228개 시·군·구 지방 체육회 조직과 함께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비올림픽 조직의 득표를 단순 합산하는 방식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NOC 수장을 선출하는 최적의 방법인지 고민해야 한다.

유권자 직군별 비중도 중요한 요소다. 임원·대의원·선수·지도자는 수가 크게 변하지 않지만, 생활체육 동호인은 신규 등록이 비교적 쉽다. 1인 1표 평등선거를 적용하면 미래의 체육회장을 전국의 생활체육 동호인이 결정할 수 있다. 생활체육 동호인은 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체육행정과 정책 이해도가 낮을 수 있고, 후보들이 지지층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동호인 영입을 할 경우 선거가 혼탁해질 수 있다.

평등선거는 모든 득표를 등가로 합산하기에 인기투표나 이미지 선거로 흐를 우려가 있다. 정책과 전문성보다 단기 이익과 후보자 유명세에 따라 투표하는 이른바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직선제와 모바일 투표, 그리고 평등선거 원칙은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 현장투표 방식은 지방이나 해외 훈련 중인 유권자의 참여가 어렵다. 기술적 준비가 충분하다면 모바일 투표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모바일 투표는 참여 장벽을 낮춰 직선제 도입을 한층 현실적으로 만든다. 그렇다고 직선제가 반드시 평등선거를 전제로 할 필요는 없다. 평등선거는 모든 표를 산술 합산하므로 과열, 유권자 동원, 포퓰리즘, 대표성 왜곡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선제를 도입하더라도 회원 단체 유형과 유권자 직군별 득표를 적정 비율로 환산해 최종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때 단체 유형에는 개별 종목 간의 편차와 올림픽 유관 종목 및 지방 체육회의 비중을 고려하고, 유권자 직군에서는 생활체육 동호인의 비중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최적의 비중을 정하는 것은 난제다. 그렇기에 시한을 정해 서두르지 말고 다각도로 분석하고 숙의를 거쳐 대안이 무르익었을 때 결론을 내는 것이 안전하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자리에 맞는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적임자가 선출되는 좋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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