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 개미는 한동안 발 빠른 국제감각을 가진 K금융 리터러시의 진화로 대접받았다. 고소득을 올리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최근 서학 개미의 해외주식 매입은 더욱 급격하게 증가했다. 서학 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2024년 105억 달러에서 2025년 326억 달러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서학 개미의 행보가 최근에는 지속적인 고환율과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걱정 등으로 우려의 대상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순대외자산의 GDP 대비 비중, 한국은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쳐
한국 10년간 2873억 달러 해외 주식 순매수, 외국은 한국주식 순매도
코스피 급등보다는 꾸준히 오르는 게 중요…경제성장 뒷받침 돼야
해외 충격의 국내 영향 커질 것…국내외 자본 급격한 유출입 경계를
서학 개미의 등장은 한국의 ‘금융 글로벌화(Financial Globaliza tion)’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제 자본 유출입이 자유로워지면서, 한국과 외국 간의 주식, 채권, 국제 대출 등 대외 금융자산 거래는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은 외국의 해외 금융자산을, 외국은 한국의 금융자산을 매입, 축적하기 시작했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연도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자산과 부채는 꾸준히 상승했고, 2024년 말에는 GDP 대비 대외자산과 부채 비율은 각각 134%와 75%에 달했다. 특히 대외자산의 양은 우리나라 국민이 평균적으로 연 소득의 134%에 달하는 해외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는 상당한 수치라 할 수 있다.
금융 글로벌화의 편익과 전망 금융 글로벌화가 진행된 것은 대외 금융자산의 거래가 다양한 경제적 편익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해외 금융자산이 국내 금융자산보다 더 높은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서학 개미들은 미국 증시 수익률이 한국보다 지속적으로 높았던 것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미국 증시에 뛰어들어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 둘째, 보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해외 금융자산 거래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분산투자 기회를 제공해, 보다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제고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경제 전체적인 입장에서도 국내 투자 기회가 제한적인 경우 해외 투자 기회로 더 높은 수익을 얻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 분산 투자를 통해 국가 고유의 위험을 줄이면 불황이 와도 해외 소득을 통해 소비 등 경제활동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혹자는 한국의 금융 글로벌화가 지나치게 진행된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향후에도 금융 글로벌화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이미 엄청난 자산을 해외에 투자한 것이라 여길 수 있으나, 사실 아직 세계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림 2〉는 세계 80개국과 한국의 순대외자산(대외자산-대외부채)의 GDP 대비 비중을 보여주는데, 한국은 아직 세계 평균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다. 대외자산만 보면 세계와의 갭이 작아지기는 하지만, 이 역시 세계 평균보다 훨씬 낮은 상태다. 또한 간단한 국제분산투자(international portfolio diversification) 이론에 따르면, 세계에서 차지하는 본국의 GDP 비중만큼 본국에 투자하는 것이 최적이고, 세계 전체와 비교하면 경제 규모가 상당히 작은 한국의 경우 총자산의 대부분인 98% 이상을 해외자산으로 구성하는 것이 최적이다. 실제 한국의 최적 해외투자 비중은 이보다 낮겠지만, 적어도 현재 수준에서 향후에도 금융 글로벌화가 진행되리라는 것은 명확하다. 서학 개미는 더 많아지고 더 많은 해외주식을 매입할 것이다.
대외 자산과 부채의 비대칭적 구조 최근 한국의 금융 글로벌화 과정의 또 다른 특징은 대외 금융자산과 부채의 증가 속도가 비대칭적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외 금융부채의 축적은 완만하지만, 대외 금융자산의 축적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주식 거래의 차이가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 2024년 말까지 지난 10년간 한국은 2873억 달러의 해외 주식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은 70억 달러의 한국 주식을 순매도하였다. 한국은 더 많은 해외 금융자산을 매입하고 있고 구입한 미국 주식 등의 가격도 급격히 상승한 반면, 외국은 한국 주식을 순매도했을 뿐 아니라 기존 자산의 가치도 더 천천히 올라간 점이 반영돼 있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벌어들인 달러로 대외 금융자산을 추가로 구입할 수 있었던 측면도 있다.
이러한 비대칭 구조를 한편으로는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외 금융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므로 한국은 대외 국부(External Wealth of Nations)를 많이 축적했다는 점을 자랑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해외에서 더 많은 투자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이, 외국에 줘야 할 투자수익보다 더 많다는 것, 그리고 국내 수익이 낮더라도 해외 투자를 이용하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측면이다.
지속적인 주가 상승이 중요한 이유 하지만 그러한 비대칭적 구조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생각해보면 그냥 즐거워만 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배경 중 하나는 국내 투자수익률이 해외 투자수익률보다 훨씬 저조했기 때문에, 한국 투자자들은 물론 외국 투자자들도 국내 시장을 외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2024년까지 지난 10년간 S&P500의 수익률(배당 포함, 환율 변동 제외)은 연 13%를 초과하는 반면, 10년간 KOSPI200의 수익률(배당 포함)은 연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 주식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뉴스다. 한국 주식시장에 더 많은 국내외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비대칭 구조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단번에 코스피가 5000을 넘어 7000, 1만까지 가는 것보다 향후 매년 꾸준히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몇십년 만에 한번 코스피가 100% 이상 수익률을 올리면서 반짝하고, 이후 매년 지지부진해진다면 투자자들은 다시 떠날 것이고, 향후 한국 증시를 도박이나 로또와 같이 여기게 될 것이다. 특히 단기적으로 지나치게 과열되다가 일부 급락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면, 꼭지를 잡은 투자자들은 급락장에서 큰 손실을 보게 되고, 이후 도박이나 로또 같은 한국 증시를 다시 외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실 코로나 사태 후 코스피가 급등 후 급락했을 때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고, 이후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외면하는 경향이 더욱 커졌었다. 향후 코스피가 상승하여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돼 한국 주식이 외국에 상장된 주식만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 이후에도, 코스피가 지속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내면서 상승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코스피의 꾸준한 상승을 위해서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다. 향후 점점 더 낮은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경제에서 지속적인 주가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전통적으로 경제의 글로벌화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과 수입, 즉 국제 무역의 확대를 의미해왔다. 한국은 이를 선도했던 국가였고, 이를 통해 과거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브렉시트, 코로나 사태, 트럼프 집권 후 무역 전쟁 등을 거치면서 무역을 통한 글로벌화는 더 진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경제의 글로벌화의 다른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 투자의 글로벌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향후에도 빠르게 금융 글로벌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와 관련한 이슈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 글로벌화에서 유의할 점 금융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해외 충격이 국제 금융 연계를 통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부정적 해외 충격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한·미 장기 금리가 동조화되는 등, 미국 등 해외 금융 여건이 한국 금융 여건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외 금융 여건이 불안할 때 국내 금융 여건을 어떻게 안정시킬 수 있을지, 한국의 독자적인 금융 통화 정책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지도 점점 더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금융기관과 개별 투자자도 이러한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급격한 국제 자본 유출입이 발생하면서, 환율·주가·금리 등 금융 변수들과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해외자본이 은행 대출 등의 형태로 국내에 들어왔다 갑자기 빠져나가면서 경제의 불안정성을 증폭시켰다. 향후 국제자본이동의 반전은 국제 거래가 증가하고 축적된 국가 간 자산이 더욱 많아진 만큼 그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국제 자산 거래가 주식 등 포트폴리오 투자나 가상자산·코인 등 새로운 자산의 형태로 진화되면서 더욱 급격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해외 자본뿐 아니라 국내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통해서도 경제 불안정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