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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환율에 발목 잡힌 금리 인하…경제 체질 강화 적극 나서야

중앙일보

2026.01.15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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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방어에 미 재무장관 사상 초유 구두개입



섣부른 개입과 대응, 외환시장 내성만 키울 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제동이 걸렸다. 어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했다. 제자리걸음한 금리보다 시장이 주목한 것은 통화정책 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사라진 ‘금리 인하 가능성’이란 문구다. 저성장 우려가 커지는 상황인데도 한은은 사실상 금리 인하 종료를 시사하며 통화정책 기조 변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우리보다 경제 형편이 나은 미국이 머지않아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 같은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로 뻗었던 발을 거둬들인 건 서울을 중심으로 들썩이는 집값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원화 약세 탓이 크다고 할 것이다. 금리를 인하하면 원화 약세를 더 부추길 수 있어서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금리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환율이었다”고 밝혔다.

외환시장은 살얼음판이다. 정부와 외환 당국이 지난 연말 외환보유액과 국민연금 등을 동원한 총력전을 펼친 데 힘입어 142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연초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급기야 미국 재무장관이 우리 외환시장 구두개입에 나서는 사상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스콧 베센트 장관은 지난 12일 “최근의 원화가치 하락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글을 SNS에 올리며 원화가치 방어에 가세했다. 그러나 그의 메시지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단숨에 12원 넘게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이내 1469.7원까지 다시 올랐다.

지난해 수출이 7000억 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역대 최대치가 예상되는 만큼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괜찮다는 당국의 주장이 근거 없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환율 급등을 서학개미와 기업 탓으로 돌리는 오진(誤診)에서 나온 섣부른 개입과 땜질식 대응은 오히려 외환시장의 내성을 키우고 달러 저가 매수 기회만 만들어줄 뿐이다.

문제는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투영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과 위기감이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석유화학과 철강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점점 약화하고 있다. 기업을 옥죄는 각종 법률과 규제로 투자와 고용은 위축되고 있다. 정부의 확장 재정 등으로 급증하는 나랏빚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외환 수급 개선을 위해 당장의 대응책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외환 당국의 주장대로 경제 펀더멘털과 따로 노는 환율을 제대로 잡으려면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과 함께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실행돼야 한다. 이창용 총재는 “달러는 풍부하지만 환율 상승 기대에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강해져야 비로소 달러가 시장에 나오고, 환율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걸맞게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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