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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서 테슬라로 갈아탔다"…韓시장서 맥 못추는 일본차

중앙일보

2026.01.15 12:00 2026.01.1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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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의 인기 차종인 ES300h. 사진 한국토요타자동차
일본 닛산의 중형 세단 알티마를 몰던 직장인 한모(42)씨는 최근 테슬라로 갈아탔다. 잔고장이 없고 국산 경쟁차 대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아 일본차를 골랐었는데, 최근 국산차와 수입차 라인업이 다양해지면서 테슬라를 낙점했다. 과거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한창일 때 타이어에 누군가 구멍을 내는 ‘테러’를 겪은 영향도 있다. 현재 닛산은 한국에서 철수한 상태다. 한씨는 “전기차를 타보고 싶었는데, 일본차 중에선 전기차 선택지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한때 ‘강남 쏘나타’로 불리며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던 일본차가 주춤하고 있다. 1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된 수입 승용차 중 토요타·렉서스·혼다 등 일본차 브랜드 점유율은 8.66%를 기록했다. 전년(9.95%)보다 1.29%포인트 줄었다. 특히 ‘일본차 전성기’였던 2008년(35.54%)과 비교하면 4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당시만 해도 일본차는 독일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엔 독일은 물론 테슬라를 앞세운 미국에도 크게 밀렸다.

김주원 기자
국내 판매량만 보면 지난해 일본차는 2만6606대 팔리면서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토요타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하이브리드차 ‘ES300h’ 선전에 힘입은 결과다. 하지만 독일(3.9%), 미국(67.4%), 스웨덴(12.7%), 영국(9%) 등 경쟁국 브랜드가 더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점유율에선 밀려났다. 지난해 전체 수입 승용차 판매는 16.7% 증가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하이브리드에 집중해온 일본차가 전기차 전환 시점을 놓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좁혔다는 분석이다. 일본산 순수 전기차는 2024년 한국에서 68대 팔렸지만, 지난해엔 아예 판매 실적이 없었다. 반면 하이브리드 비중이 전체 일본차 판매량의 97%에 달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친환경차 흐름 속에서 일본은 전기차 생산과 개발을 도외시했다”며 “반면 한국차 가운데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일본차 수요를 대체하고, 수입차에선 테슬라가 공격적으로 영업하면서 일본차 입지가 더 좁아졌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따른 구매 심리 위축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일본차 브랜드 점유율은 2019년만 해도 14.98%였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직후인 2020년 7.48%로 반토막이 났다. 이후 2022년 5.99%까지 떨어졌다가 렉서스를 발판으로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점유율 10%선을 넘진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스바루·미쓰비시·닛산 등 일본차가 한국 시장에서 부진을 겪을 때 마케팅이나 투자를 확대하며 극복하려하지 않고 빠르게 ‘철수’ 카드를 꺼내 든 점도 일본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해쳤다”고 분석했다.

토요타코리아가 15일 공식 출시한 미니밴 '26년형 알파드 하이브리드 프리미엄'. 사진 한국토요타자동차
다만 캐즘(수요정체)에 빠진 전기차를 대신해 하이브리드가 차 시장 주류로 떠오르면서 일본차의 ‘하이브리드 올인’ 전략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한국에서 판매된 신차 3대 중 1대가 하이브리드로 집계됐다. 토요타코리아는 이날 가족형 미니밴 ‘2026년형 알파드 하이브리드 프리미엄’을 공식 출시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캐즘이 길어지는 가운데 유럽·미국 주력인 마일드하이브리드(MHEV·전기모터만으로는 달리지 않고 엔진을 보조하기만 하는 방식)는 상대적으로 연비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토요타에 분명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상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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