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파국 직전에 잠시 멈춰섰지만, ‘한동훈 제명’의 후폭풍은 커지고 있다. 장 대표는 15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한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위원장 윤민우 가천대 교수)의 제명 결정에 대해 “윤리위 재심 기간까지는 최고위에서 의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규상 재심 신청 기간은 결정 후 10일이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리위 재심 대신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방침이어서, 재충돌은 시간의 문제라는 평가다.
이번 제명은 당 지도부와는 독립된 윤리위의 결정이지만, 결국 장 대표의 큰 그림이었다는데 당내 이견이 없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신년에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서되 걸림돌은 확실히 잘라내자는 게 장 대표의 일관된 뜻, 즉 플랜 A였다”고 했다. 한 전 대표 배제는 우발적인 결정이 아니라 장 대표의 오랜 구상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대기 하나라도 모아야 할 당 위기 상황에 뺄셈이 웬 말이냐”(영남 중진)고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적잖다. 실제로 6·3 지방선거가 1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당 지지율은 물론 TK(대구·경북)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광역단체장 후보 지지율에도 적신호가 켜져 있다. 당 주류는 아니지만 합쳐서 20~30여명 안팎인 친한계와 소장파가 집단행동에 나서면 선거의 판세는 더 기울 가능성 크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왜 제명이란 초강수를 둔 것일까.
먼저 장 대표가 자신의 버팀목인 강성 보수층의 요구를 더는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옛 친윤계 의원은 “강성 보수층이 말만 들어도 경기(驚氣)를 일으키는 세 가지가 있다”며 “바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 이준석 그리고 한동훈”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했고, 13일에는 통일교·공천헌금 의혹 특검을 놓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만나 손을 맞잡았으며 중도층을 향한 행보를 시작했다. 여기에 한 전 대표 징계까지 미적댄다는 인상을 주면 장 대표는 강성 보수층의 반발에 직면할 상황이었다.
실제로 장 대표에게 실망감을 표하던 강성 보수층은 윤리위 제명 결정 뒤 뜨겁게 반응했다. 14일 보수 유튜브 ‘고성국 tv’에서 강용석 전 의원은 “장 대표의 진심을 확인할 가장 좋은 방법이 한동훈을 어떻게 제거하느냐였다. (제명 결정은) 다행”이라고 했다. “속이 다 시원하다”, “장 대표를 의심해서 미안하다”는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반대로 15일 제명을 일시 보류하자 “우유부단한 장 대표”, “또 속았다”는 비난 댓글이 수백 건씩 달렸다.
또한 당권파는 한 전 대표 제명에 따른 실보다는 득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 지도부 인사는 “장 대표는 이미 이준석 대표와 연대 신호탄을 쐈고, 오세훈 서울시장과도 물밑에서 통합을 조율하며 외연 확장 중”이라며 “반면에 한 전 대표는 존재 자체로 보수 분열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고, 한 전 대표가 계속 당에 있으면 지지를 거두겠다는 당원들도 상당했다”고 했다. 장 대표 시각에선 한 전 대표와 애매한 동거를 이어가느니, 깔끔하게 결별하고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 대표의 플랜 A가 실제로 통할진 미지수다. 친한계·소장파에 이어 다선 의원들과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일제히 “왜 자멸로 가느냐”며 만류에 나서고 있어서다. 장 대표는 15일 통일교·공천헌금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제명 논란을 돌파하려는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전·현직 대표의 극한 충돌이 6·3 지방선거를 앞둔 당의 짐이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