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문을 듣고 지난해 12월 30일 충주에 있는 한 양조장을 찾았습니다. 이곳의 주인은 바로 오세용 전 SK하이닉스 사장.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박사, IBM연구소 연구원, 삼성전자 부사장, 삼성그룹 펠로, SK하이닉스 사장,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대한민국 반도체 업계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선망할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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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0일 방문한 청주의 한 양조장. 머리가 희끗한 주인이 감압 증류기의 컨트롤러를 조작하고 있었다. 증류기의 유리창 사이로 지난해의 마지막 증류액(소주 원액)이 조용히 흘러내렸다.
양조장 주인의 정체는 바로 오세용 전 SK하이닉스 사장. SK하이닉스에서 제조 부문 사장을 맡았던 경력답게 양조장은 ▶작은 공장 면적 ▶최적화된 공정 단계 ▶균질한 제품을 위해 설계됐다. 무엇보다 그의 반도체 업계 경험이 가장 크게 녹아 있는 과정은 ‘혁신’이다. 증류된 소주 원액을 오크통에 숙성시켜 위스키 맛을 내는 공법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렇게 개발된 ‘마한 오크 46’은 2024년 대한민국 주류 대상 베스트 오브 베스트상을 받았다.
마침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연달아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인 오 대표에게 올해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망을 물어봤다.
Q : 올해도 계속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까.
A : 향후 2~3년 동안은 분명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호황기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엔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 신기술이 계속해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HBM이 들어가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개수를 줄이면서도 현재 수준 이상의 검색·해석 능력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반드시 생겨난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의 진화가 일어날 걸로 본다.
Q : 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인데, 이렇게 전망하는 과거 경험이 있나.
A : HBM은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른 수요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사이클과는 성격이 다르다. 반도체 역사상 처음인 일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도 메모리 수요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에 비해 AI는 ‘D램 먹는 괴물’이나 마찬가지다. HBM에 D램을 쏟아붓다 보니 범용 D램이 오히려 수요가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게다가 반도체는 증설하려면 공장과 설비를 짓는 데 시간이 엄청 들기 때문에 수요에 빠른 대응이 불가능하다.
Q : 향후 2~3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둘 다 좋을 거란 의미인가.
A : SK하이닉스는 D램 비중이 커서 HBM의 성과가 바로 주가에 반영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있어서 HBM 효과가 바로 반영되지 않는다. HBM 낙수효과는 SK하이닉스에 더 크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SK하이닉스가 2~3년 뒤에는 대응을 잘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Q : 둘을 굳이 비교하자면.
A : SK하이닉스는 잘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다. 삼성은 HBM 시장 진입은 늦었지만 이제 진출이 본격화했고, HBM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칩렛 같은 기술이 결합된 패키지 형태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고객사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HBM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소형 맞춤형 반도체가 칩렛인데 파운드리가 있는 삼성에 유리한 측면이 있어 삼성전자에 대한 전망이 좋아 보인다.
👉HBM 탄생 뒷이야기, AI 거품론에 대한 전망, 유망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 은퇴 후 ‘제2의 인생’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더중앙플러스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