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과거 자신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주요 관계자의 경찰 진술 내용과 증거 등 내사 정보를 받아 본 정황이 비망록에 적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망록에는 당시 경찰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평가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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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입건 막자…비망록 “윤석열 이혜훈 편에 선다”
15일 중앙일보가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이 장관 후보자의 2017년 10월 1일자 비망록에는 “윤석렬: 안정적이긴 하나 다혈질인 면도. 그래도 이혜훈 편에 선다”고 쓰여있다. 이는 “채동욱 총장께 전화, 수임해야 일 할 수 있다”(9월 19일), “채변이 윤장과 통화했다 함”(9월 20일)이라는 기록과 연관돼 보인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변호사로 수임해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경찰의 수사 개시를 막았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이 후보자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었던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우회적으로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내사를 받고 있었다. 10월 1일자 비망록은 실제 검찰이 이 후보자에 대한 경찰의 입건(정식 수사 개시) 요청을 세 번째 받아들이지 않은 9월 말 이후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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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관련자 경찰 진술도 알았나
더불어 이 후보자의 비망록에는 경찰 내사 관련 주요 혐의자 진술과 경찰 내 확보 증거 등이 상세히 기록됐다. 이런 내용은 당시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것으로 내사 기밀에 가깝다. 이 후보자 측의 대응 방향도 적혔다.
그해 9월 18일 비망록에서는 “A씨 전언 : B이사가 후원할 때는 이혜훈에게 도움받을 기대하고 후원했다고 진술했다 함”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B이사는 당시 유관순기념사업회 측에 돈을 기부한 사람으로 추정된다. 해당 진술이 맞다면 기부금의 대가성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언이다.
검찰이 이 후보자에 대해 입건을 막은 직후인 9월 28일 비망록엔 “최장관: 검찰의 증거보강 지휘에 경찰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의기소침한 듯. 이 대표와 주변인들 간에 오간 SNS로 후원금이 정치자금이란 증거확보했다고 입건 신청한 듯. 그러나 검은 그건 본인이 부인하면 그만... 확실한 물증 없이 유죄 어렵기 때문에 입건 어렵다는 입장 고수. 경찰의 내부 분위기가 더 이상 뭘 할 수 있겠나? 라고 함."이라고 기록돼 있다.
경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는 내용도 당시엔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다.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찰 내사 정보가 이 후보자에게 사실상 실시간으로 전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망록에 쓰여있는 최장관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찰 내부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었던 인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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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내려놓아 새것 찾을 소지 없앴다”
이 후보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구체적 대응 방안들도 비망록에 다수 적혔다. “이혜훈에게 도움받을 기대하고 후원했다고 진술했다 함”이라는 기록이 적힌 2017년 9월 1일자 비망록에는 “김목사님: 수사관이 너무 끈질기게 그런 답변 요구해서 15개월간의 집요한 강압수사에 굴복한 것 뿐. 사실 아니다고 강변하라 하심.”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사건 관계자의 경찰 진술 내용을 듣고 대응 방향을 친한 목사와 의논한 것으로 보인다.
11월 28일 비망록에서는 “유관순 건〉〉〉 회장 내려놓은 것이 사건 마무리에 더 도움된다. 이전 것은 아무리 찾아도 잘못 찾을 수 없고 앞으로 새것을 찾아낼 소지 자체를 없애버린 것 회장 교체로 가벼워졌다"는 내용이 나타난다. 또 "이제는 경찰이 유관순사업회에 얼쩡거리지도 못하게 하신다. 하나님께서 하나하나 풀어가신다. 믿고 걱정 말고 맡겨라. 수사할 게 없는데 뭘 수사하겠느냐 하신다. 평안하라 하신다”고 적혀있다.
이와 관련해 천하람 의원은 “방대한 분량의 비망록 곳곳에는 후보자가 주도면밀하게 사건을 어떻게 암장했는지 소상히 적혀져 있다”며 “후보자가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자신에 대한 경찰수사에 대해 어떻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국민은 자기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 과장 한번 만나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특권을 넘어선 후보자의 일탈과 불법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진정으로 괜찮다고 여기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비망록 관련 의혹에 대해 15일 이 후보자는 출근길에서 “비망록 내용은 거짓말이고 쓴 적도 없다”면서 “이 사건을 수사 의뢰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