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으로 빚은 말 형상의 헤드가 묵직하게 지면을 누른다. 분홍색 권총 모양의 그립은 손에 착 감긴다. 야구 배트 끝에 헤드가 달린 퍼터가 있는가 하면, 바람에 돌아갈 듯한 회전 구조를 갖추기도 했다. 골프장 그린 위가 아니라 서울 코엑스 전시장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풍경이다.
조각과 골프의 경계를 허문 특별전 ‘아트 온 더 그린(Art on the Green)’이 오는 18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15회 서울국제조각페스타의 특별전으로 진행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퍼터, 도구를 넘어 예술적 캔버스가 되다 골프계에서 퍼터는 단순한 장비를 넘어선다. "샷은 과학이고 퍼팅은 예술"이라는 말처럼, 퍼터는 클럽 중 가장 섬세한 터치와 감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골프 퍼터를 예술·디자인·산업의 확장 관점에서 다루며 조형 예술과 스포츠의 접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번 전시에는 강성훈, 김경민 등 국내외 명성을 쌓은 조각가 20여 명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기존에 다뤄온 청동, 나무, 금속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퍼터에 결합해 조형 탐구의 대상으로 확장했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다음과 같다. -도태근 작가의 ‘호스 퍼터’: 병오년 말띠 해를 기념해 말 형상을 헤드로 구현
-류제형 작가의 ‘권총 퍼터’: 손잡이를 권총 형태로 제작해 시각적 재미를 더함
-강성훈 작가의 ‘윈드 퍼터’: 회전 구조를 적용해 조형미를 극대화
이 외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해 유명해진 명품 브랜드 ‘골드파이브(GOLD FIVE)’ 퍼터를 활용해 작가들이 각자의 예술 세계를 조각한 작품들도 함께 공개됐다.
관람객이 직접 굴리는 ‘참여형 예술’ 단순 감상을 넘어선 체험도 있다. 전시장 내 부스에서는 관람객이 실제 작품인 ‘아트 퍼터’를 사용해 퍼팅에 도전하는 이벤트가 열린다. 예술 작품이 실제 도구로서 기능하는 순간을 관람객이 직접 경험하게 한 것이다.
권치규 (사)한국조각가협회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조각가들의 창의적인 시각이 골프 용품 업계로 연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신진 조각가들에게는 활동 영역을 넓히고, 업계에는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