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재(57·사법연수원 22기) 신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16일 “사법제도와 실무의 개선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법원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람직한 사법제도 개편을 위해 국회, 행정부를 포함해 국민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박 신임 행정처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무궁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사법부는 큰 변화의 흐름 앞에 있다”며 “사법부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이토록 큰 이유는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 엄중한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사법 불신의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밝혀내 고치고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넓은 안목과 신중한 실행으로 사법제도와 실무의 개선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법원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라는 토대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음을 다시금 새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라는 말이 있다. 사법부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사법제도와 실무의 괄목할 만한 진보 중 많은 부분이 사법부의 위기라고 일컬어지던 순간들로부터 비롯됐다”며 “사법부 제도 개편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열망이 높은 지금이, 국민을 위한 미래 사법제도의 방향을 정립하고 새로운 과제를 발굴해 시행할 적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법부 구성원들이 지혜와 뜻을 모아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사법제도 개편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충실히 보장하고 행복한 삶의 실현에 더 크게 이바지하는 사법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이날 판결문 공개, 노동법원 등 법원의 전문화, 압수수색 제도 등에 대한 개선 의지도 밝혔다.
박 처장은 “사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판결서 공개 확대는 가까운 시일 내에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압수수색 제도와 인신구속 제도의 개선을 통해 형사사법 절차에서 법치주의와 기본권 보장을 고양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해사국제상사법원, 노동법원, 온라인법원 등 법원의 전문화와 접근성 강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사실심의 충실화를 달성하는 것 역시 사법부의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박 처장은 지난 13일 천대엽 처장 후임으로 신임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됐다. 그는 1996년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30년간 각급 법원을 거치면서 다양한 재판을 담당했다. 사법연수원 교수 재직 경험도 있다. 서울고법 수석부 배석 판사 시절에는 공보 담당으로 언론 소통 업무를 맡았다. 이후 법원행정처 인사담당관과 기획총괄심의관 등 법원행정처의 요직을 두루 거쳐 2024년 8월 2일 대법관에 임명됐다. 박 대법관은 부산 출생으로 배정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재직하면서 재판연구원 증원, 형사전자소송시스템과 미래등기시스템의 구축 등 사법서비스 질 향상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5월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주심을 맡기도 했다. 이 사건은 주심 배당 뒤 전원합의체에 회부됐고, 전합은 이 대통령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판단해 원심판결을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