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재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이날 오전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 대표는 안건 의결 직후 공개된 최고위 모두발언을 통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1인1표제의 헌법 정신을 받들어 진정한 당원주권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1표제는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 때 ‘20 대1 이하’로 대의원 표에 가중치를 주는 권리당원·대의원의 표의 가치를 가중치를 없애 똑같이 바꾸는 게 핵심이다. 1인1표제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 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첫 개정을 시도했지만, 지난해 12월 5일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대표 몫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을 전략지역(영남권 등 약세지역) 인사로 우선 지명하는 보완책을 신설했다. 첫 추진 당시 “영남 지역 당원의 자긍심 저하가 우려된다”(윤종군 의원) 등 당내 우려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추진 때 마련된 전략지역 당원 투표에 가중치를 부여하도록 한 규정도 그대로 유지한다.
정 대표가 한 달 만에 1인1표제 재추진에 나선 건 친청(친정청래)계가 지난 11일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표와 원내대표 등 9명으로 구성된 최고위에서 그간 정 대표의 안정적 우군은 정 대표 본인과 서삼석 의원(지명직 최고위원), 박지원 변호사(평당원 최고위원)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이 가세하며 안정적 과반을 확보했다. “최고위원 선거는 ‘정청래 판정승’이라는 표현이 정확한 것”(당 핵심 관계자)라는 표현이 그래서 나왔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11월 첫 추진 때와 달리 공개 반대 목소리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부결은 중앙위 재적 과반에서 27표 모자란 행정 절차의 문제였다. 부결될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1인1표제 도입을 정 대표의 연임 도전과 연계해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 대표는 지난해 8·2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표에선 박찬대 의원에 밀렸지만, 권리당원 표로 대표 당선에 성공했다. 대의원(46.91%) 보다 권리당원(66.48%) 득표율이 월등히 높았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1인1표제가 적용되고, 정 대표가 연임 도전에 나서면 본인이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정 대표는 당의 주요 정책에 대해 전당원 투표를 시행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도 추진한다. 민주당 최고위는 16일 ‘전 당원 투표제’를 신설해 당의 주요 당무 및 정책에 관한 사항을 전 당원 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하는 당헌 6조 신설안을 의결했다. 이 안건이 최종 확정될 경우, 당의 주요 당무 및 정책 가운데 민주당 최고위가 의결하고 권리당원 10% 이상이 서명해 발의한 안건에 대해 전 당원 투표가 실시된다. 현재는 당규에만 전 당원 투표가 명시돼있는데, 이를 당헌으로 격상하고 당무·정책 등을 전 당원 투표 대상을 명시한 게 차이점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전 당원 투표에 부칠 때 ‘투표로 결정한다’는 조건을 달면 그 자체로 결정 효력을 갖게 되고, 그게 아닌 당원 의견을 묻는 목적이라면 추가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에선 권리당원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당초 ‘60:1 이상’이었던 대의원·권리당원 표의 가치는 이재명 대표 시절인 2023년 11월 ‘20:1 이하’로 한 차례 조정된 적이 있다. 이번 안건이 의결되면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가치는 같아져 숫자가 적은 대의원 표의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또 당헌에 주요 정책·당무의 전당원 투표가 명시될 경우에도 권리당원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