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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FIFA 트로피, 차범근 물끄러미 보며 "미운 감정 든다"

중앙일보

2026.01.15 23:06 2026.01.1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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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 전 감독이 16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FIFA 월드컵 트로피 투어 미디어 간담회에서 월드컵 트로피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뉴스1

16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트로피’ 공개 행사. 이날 참석자 중 유일하게 지우베르투 시우바(50·브라질)만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입을 맞췄다. 신이 허락한 남자만 들 수 있다는 그 트로피다. 실바처럼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나 국가 수장만이 직접 만질 수 있다.

한국축구 레전드 자격으로 동석한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은 FIFA 트로피를 한참이나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러더니 “미운 감정이 든다”고 솔직한 감정을 밝혔다. 이어 “갖고 깊어도 가질 수 없었던 월드컵. 그러나 희망을 갖는다. 김용식 원로 선생님이 이끈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시작으로, 1986년 저희 세대가 본선에 진출했고, 2002년엔 아들 세대가 4강에 올랐다. 손자 시대에는 월드컵을 한번 안아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그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선수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감독으로 참가했지만 세계의 벽을 절감했다.

올해 6월~7월 미국·멕시코·캐나다에서 열릴 북중미 월드컵 우승국에 주어질 월드컵 트로피는 이날 특별 전세기 편으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이집트, 튀르키예, 오스트리아, 인도, 방글라데시 6개국을 거쳐 한국에 왔다. 150일간 전세계 30개 FIFA 회원국 75개 지역을 순회할 예정이다.

월드컵 스폰서인 코카콜라가 2006년부터 6회째 진행하는 투어 행사로, 한국에 온 건 2022년에 이어 4년 만이자 5번째다. 17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한국 팬들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FIFA 월드컵 트로피. 사진 코카콜라

순금으로 만들어진 월드컵 트로피 무게는 6.175㎏다. 하단의 받침대 위로 뻗은 두 손이 지구를 떠받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두 명의 선수가 승리를 만끽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담은 거다. 1974년 서독 월드컵부터 시상식 때만 우승국에 수여한 뒤 FIFA가 바로 회수해 본부 내 금고에 보관한다. 대신 우승국은 오리지널 트로피를 본 딴 ‘FIFA 월드컵 위너스 트로피’를 받아 영구 소장할 수 있다.

이전 월드컵 트로피인 ‘쥘 리메 컵(3대 FIFA 회장이었던 쥘 리메 이름 딴 트로피)’이 2번이나 도난 당한 여파다. 1970년 우승국 브라질에 영구 수여된 뒤 쥘 리메 컵은 1983년 도난 당한 이후 FIFA가 ‘FIFA 월드컵 트로피’를 영구 소유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브라질 지우베르투 시우바가 FIFA 월드컵 트로피 투어 일정으로 방한해 차범근 전 감독, 이영표 해설위원 등과 FIFA 월드컵 오리지널 트로피를 공개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FIFA 레전드’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브라질 미드필더 출신 시우바는 A매치 93경기에 출전했고, 월드컵에 3차례(2002, 2006, 2010)에 출전했다. 2003~04 아스널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패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시우바는 24년 전 한일 월드컵 우승 순간을 돌아보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팀’이다. 모두가 함께하는 과정에서 노력과 겸손, 존중으로 만들어졌다. 시간이 흘러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의미 있었는지 더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북중미 월드컵에서 가장 기대하는 경기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브라질과 한국의 결승전을 볼 수 있다면 특별할 거다. 한국축구 성장과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전 세계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경기가 될 거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북중미 2026 트로피 투어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두리, 차범근, 지우베르투 시우바, 이영표, 구자철. 연합뉴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한국축구 멤버 차두리 화성FC 감독은 “이 자리에서 (이)영표 형과 (트로피에) 가장 가까이 갔던 선수였다. 후배들이 더 좋은 축구교욱을 받고 이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자철 레드앤골드풋볼 아시아스포츠 디렉터는 “월드컵에 두 번 나갔지만 탐난다. 갖고 싶어도 갖기 힘들다. 그래도 계속 문을 두드려 하고, 오늘 느낀 감정을 선수들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는 말을 남겼던 이영표 해설위원은 “(트로피에) 아주 근처까지 갔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잠시 멀어진 것 같고, 우리 선수들이 아직 움켜쥐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가까이에 흔적을 남기면 어느 순간 기대하지 않았던 4강에 갔던 것처럼 우승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 레전드들은 ‘북중미를 향해! 하나 된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라고 적힌 보드에 대표팀을 향한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꿈은 이루어 진다’라고 쓴 차범근 전 감독은 “축구인의 삶을 통해 느낀 건 가만히 있는데 스스로 되는 일은 없다는 거다. 꿈을 꿔야 하고, 움직여야 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정과 즐거움’이라고 쓴 차두리 감독은 “저는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열정은 제일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열정으로 꿈꿨던 보다 더 멀리 갔고, 축구장에서 너무 즐거웠다. 2가지가 합해진다면 분명 우리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큰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자 8강으로’라고 쓴 이영표는 “트로피 가까이에 흔적과 히트맵을 남긴다면 다음 세대 후배들이 트로피를 움켜쥐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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