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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조림인간' 탄생 시켰다…PD가 본 흑백요리사 흥행 비결

중앙일보

2026.01.15 23:48 2026.01.16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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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시즌 2 마지막 라운드에 출전한 최강록 셰프.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 왜 이 요리를 자신에게 주고 싶습니까? "

지난 13일 막을 내린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 2가 요리사들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질문이다. 최종 라운드에 선 요리사는 두 명. ‘요리 괴물’로 활약한 흑수저 이하성 셰프와 백수저 재도전자 최강록 셰프였다. 이하성이 어린 시절 추억을 순댓국으로 풀어놓았다면, 최강록은 펼쳐놓은 재료만 보고선 알 수 없는, ‘깨두부를 넣은 국물 요리’를 선보였다.

“저는 조림 인간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최강록 셰프의 답변은 “나를 위한 요리에서까지 조림 음식을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한테 위로를 주고 싶었습니다”란 고백으로 맺어졌다. 그가 내놓은 도수 높은 소주와 소탈한 국그릇은 메뉴로는 낼 수 없는 직원들의 음식, ‘스태프 밀’(Staff meal)이었다. 그 한 상이 심사위원의, 제작진의,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최강록 셰프는 ‘흑백요리사’ 시즌 2의 우승자가 됐다.

지난 13일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시즌 2가 백수저 재도전자 최강록 셰프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사진 넷플릭스

“저도 수많은 서바이벌, 오디션을 해봤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이렇게 완벽한 참가자가 있을까 했습니다.” 1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학민 PD는 마지막 라운드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함께 자리한 김은지 PD는 “시즌 1 이후 ‘더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 일찍 들어간 셰프님들이 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있었다”며 “몇몇 셰프들께 연락을 드렸다”고 했다. 이에 수락한 최강록은 김도윤과 함께 20명의 백수저 중 유이한 재도전자로 나섰다. 시즌 1 때 최강록은 흑백팀전(3라운드)에서, 김도윤은 1대1 흑백 대전(2라운드)에서 초반 탈락했다.

'흑백요리사' 시즌 2에 선 백수저는 총 18명이였다. 이후 숨겨져있었던 백수저 두명이 등장했다. 사진 넷플릭스

이날 함께 인터뷰에 응한 최강록은 “‘히든 백수저’로 올라가는 연출을 하실 줄 몰랐다”며 “점프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곳에 올려놓으셨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주변에도 나가고 싶어하는 분들이 참 많은데, 다시 나오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다”며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많은 라운드를 나간 후에 집에 가고 싶다는 각오를 했다”고 밝혔다.

흑수저들과 같은 입장에서 심사를 받은 최강록은 민물장어 조림으로 생존 티켓을 얻었고, 1대1 흑백 대전에선 대파국 차완무시로 승기를 잡았다. 이후 지난 시즌 경험해 본 흑백팀전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백수저들과 승리를 만끽했다.

이후에도 전공인 일식을 통해 세미 파이널에 올랐다. 첫 라운드 ‘무한 요리 천국’은 최강록의 ‘조림력(力)’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수많은 재료를 각기 다른 정도로 조려 올린 무지스시를 내놓아 조림 실력의 정점을 보여줬기 때문. “다 조려 버리겠다”는 그의 멘트처럼 말이다.

그토록 조림요리를 열심히 했던 이유를 묻자 최강록은 “‘누군가에게 ‘요리가 뭐냐’고 질문을 받으면 시간과 귀찮음이 만들어내는 예술이라고 있어 보이는 척한다”며 “그런 데에 걸맞은 조리법 중에 조림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강록 셰프는 2013년 CJ ENM에서 제작한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2'에 출연해 우승자가 된 적 있다. 당시 '미스터 초밥왕'이라는 일본 만화를 보고 요리를 시작했다는 최강록 셰프의 서사가 화제가 됐다. 사진 넷플릭스

그가 마지막 라운드에 섰을 때, 셰프들은 다시 한번 조림 요리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조림요리를 잘 못 하면서도 잘하는 척했다며 “조림 음식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약 10년 전 ‘마스터셰프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조림하는 요리사라는 가면을 알게 모르게 쓴 것 같다“고 말한 그는 “마지막 라운드의 주제가 ‘나를 위한 요리’가 아니었다면 자기 고백을 못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하필 차갑게 굳혀 식감을 즐기는 깨두부를 쓴 이유에 대해선 “깨두부는 나에게 ‘게을러지지 말라’는 의미를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강록 셰프가 '조림요정'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것도 '마셰코' 시즌 2였다. 그는 에세이와 흑백요리사 인터뷰 등을 통해 "조림요정이 된 덕에 조림을 잘하게 된 것"이라고 말해왔다. 사진 넷플릭스

“깨두부를 만들면 팔이 되게 아프거든요. 가끔 자기점검 차원에서 예전에 내가 이걸 잘 만들었는데, 하는 음식을 하는데, 깨두부도 그중 하나에요. ‘예전엔 가뿐하게 만들었는데’ 하면서요. 깨두부가 저에게 준 의미를 다시 생각하며 ‘음식하는 사람으로서 심사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뒀죠.”(최강록)

 지난 13일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시즌 2가 백수저 재도전자 최강록 셰프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김학민(왼쪽), 김은지 PD는 시즌 1부터 '흑백요리사' 흥행을 이끌어온 제작진이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16일 ‘흑백요리사’ 시즌 3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놓았다. 이번엔 동일한 업장에서 손발을 맞추고 있는 요리사들이 식당 단위, 4인 1조로 참가할 수 있다. 김은지는 “더 많은 한국 요리사를 소개할 수 있는 포맷을 찾으려 했다”며 “더 다양한 세대의 많은 한국 요리사들이 함께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최강록은 “다음 시즌은 식당이 없어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시즌 1 때 여경래 셰프, 시즌 2 때 후덕죽 셰프를 보며 나도 좀 더 힘 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10~20년이 지나 나도 그분들과 비슷한 나이가 되었을 때 제안이 들어오면, 참여해보고 싶다고 상상했다”고 덧붙였다.

김은지는 “지금까지 ‘흑백요리사’ 시리즈가 잘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시즌별로 나왔던 100명의 요리사분이 요리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셨고, 그 진심을 전할 수 있도록 편집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 유독 백수저 셰프들이 인기를 끌었다고 보지 않느냔 질문엔 “언더독이 따로 없는 프로그램”이라며 “모든 요리사가 강력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 프로그램에 나온 요리사들이 후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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