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백대현(49·사법연수원 32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다. 백 부장판사는 재판 심리 동안 단호한 소송 지휘로 주목받았다.
백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백 부장판사는 안양고와 2000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4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3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이후 2003∼2006년 3년간 공군법무관으로 병역을 마친 뒤 곧바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14년 12월 법관으로 임용됐다. 이후 광주지법 판사, 춘천지법 강릉지원 부장판사,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수원지법 부장판사 재직 당시엔 서울변호사회가 실시한 ‘2022년 법관평가’에서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백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로 발령받아 선거 및 부패 사건을 주로 심리해왔다.
백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 사건의 소송 지휘 과정에서 강직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성격으로 알려진 대로 줄곧 단호하게 대응했다.
그는 지난해 8월 19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에 내용이 불필요하게 길고 법원의 재판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공소장 변경을 명령했다. 당시 백 부장판사는 “행위 당시의 피고인과 관계인들의 직책과 직위 정도만 기재하면 충분한데, 고등학교를 언제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언제 합격했는지까지 장황하게 기재하는 것은 불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계엄이 요건에 해당하냐, 하지 않느냐 문제가 아니라 사후 부서 관련 범행, 선포문 폐기 등 절차적 부분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이라며 “계엄의 실질적인 요건은 이 사건 쟁점과는 관련이 없어 이 부분도 적절히 수정해달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보석심문에서 윤 전 대통령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 및 특검에 출석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자, 백 부장판사는 “만약 청구가 인용돼 석방되면 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하고, 구속 상태에 계속 있다고 하면 출정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엿새 뒤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백 부장판사는 증인 신문 과정에서도 질의내용이 쟁점에서 벗어날 경우엔 단호하게 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12일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 신문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국무회의의 형식적인 진행 시간만으로 논의가 아예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나”라고 박 전 장관에게 유도성 질문을 하자 백 부장판사는 “증인에게 법률적 의견에 관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험한 사실 위주로 신문해달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19일 열린 속행 공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판결이 먼저 나온 후 이 사건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며 2026년 1월 16일로 예정된 선고기일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백 부장판사는 “6개월 이내 최대한 종결하도록 노력하는 게 맞겠다는 재판부 판단이 있었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에 나타난 쟁점은 (내란 사건과) 분명히 다르다”고 공판 일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재판부는 계획대로 이날 선고기일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재판부를 향해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 결과가 난 뒤에 선고해달라고 다시 한번 요청한 같은 달 26일 결심 공판에서도 백 부장판사는 “그 부분에 관해서는 더 이상 의견진술 듣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로 거절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이 날도 백 부장판사는 1시간여 동안 감정 없는 시종 낮은 목소리 톤으로 빠르게 판결 내용을 읽어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