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차 종합 특검법’으로 대치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가 아닌 전 국민의 대표”라고 강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불참한 6개 정당 지도부와의 오찬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6개 정당(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대표단 오찬에서 “잠시 민주당 대표를 하기도 했지만 전 국민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파란색(민주당 상징)을 위해서만 노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세상은 빨간색·파란색·오렌지색·노란색 다양하게 있는데 대통령이 한 쪽 색만 비쳐서야 되겠느냐. 그럼 (국민의힘 상징인) 빨간색이 섭섭하지 않겠냐”는 이유였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치라고 하는 게 우리 국민들께 희망을 만들어 드려야 되는데, 국민들이 오히려 정치와 국가를 걱정하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여야 지도부 오찬 초청은 지난해 9월 8일 이후 4개월 만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만났고, 서로 “악수하지 않겠다”며 맞서던 두 사람의 첫 악수를 끌어냈다.
하지만 16일 오찬은 그날의 악수가 무색해진 분위기였다. 전날 민주당의 2차 종합 특검법안 본회의 상정에 반발해 단식에 돌입한 장 대표는 오찬 초청을 거부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도 (특검법안) 보고를 다 받았을 텐데 어제(15일) 무리하게 법안을 올려놓고 오늘 각 당 대표를 모아 오찬하자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날을 세웠다. 해외출장 중인 이준석 대표 없이 오찬에 참석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에게 “2차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달라”는 모두발언만 마친 뒤 자리를 떴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수석은 오찬 뒤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2차 특검법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2차 특검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이 대통령과 장동혁 대표의 단독 회담을 두고는 공방이 벌어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한가한 오찬 쇼를 할 때가 아니다”며 “여야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오늘 청와대 오찬에는 응하지 않더니, 오늘 바로 청와대에 불러달라고? 당신들의 뇌구조는 정말 이해불가. 청개구리 투정도 정도껏 하시라. 참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썼다.
이날 정청래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6개 정당 지도부는 오찬 시작 20분 전쯤부터 상춘재에 모여 이 대통령을 기다렸다. 짙은 회색 양복과 남색·흰색이 섞인 넥타이 차림으로 12시쯤 도착한 이 대통령은 “아이고 반갑습니다. 대표단 많으시네요”라며 차례로 악수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에게 자녀 나이를 물으며 “(자신이 민주당 대표이던 때) 국회에서 태어났다”며 친근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대표에게는 “그래도 (청와대가) 용산보다 나은 것 같다”고 말을 건넸다. 이 대통령은 불참한 장 대표를 의식한 듯 “빨간색이 안 보인다, 오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과 일본 순방을 차례로 마친 직후인 이 대통령은 “이번에 중국과 일본을 방문해보니 대한민국 위상이 우리 생각 이상으로 많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국익이나 우리 국민 전체의 위상과 맞물린 대외관계에서는 힘을 모아야겠다”라고 했다. 이에 정 대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과 어깨를 당당히 하는 이 대통령의 외교 역량에 많은 국민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화답했다. 당색(黨色)을 묻는 이 대통령에게 “민주당보다 짙은 파란색”이라 답한 조 대표는 6·3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을 헌법 1조에 넣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하기도 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식사 자리에서는 정국 현안 관련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필리버스터 제도에 손질이 필요하지 않으냐”며 “소수 정당에서도 (과도한) 필리버스터를 막는 것에 도움을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쟁점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로 맞서자 재적 의원 5분의 1(60명) 이상이 본회의장을 지키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킬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범여권인 조국혁신당이 반대해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 대통령은 또 장 대표의 단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2023년 윤석열 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로서 단식한 경험을 공유하며 “단식과 맞물린 정치 상황들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때를 떠올리면 힘들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오찬 메뉴로는 소고기와 메로 구이를 포함한 한식이 준비됐다고 한다. 참석자 단체 사진 촬영 때 ‘파이팅’을 외치자는 제안이 나오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정당끼리) 서로 싸우는데 무슨 파이팅이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9일엔 정 대표와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도 청와대에서 만찬을 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16일 오찬 전 엑스(옛 트위터)에 북한의 ‘한국발 무인기 침투 주장’에 대한 정부 반응을 국민의힘이 ‘저자세’라며 비판해온 것을 겨냥해 “평화가 경제이고 최고의 안보”라는 반박 글을 써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