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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3달러로 해결 가능"…앙투아네트 소환한 美장관 발언

중앙일보

2026.01.16 06:26 2026.01.16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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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 EPA=연합뉴스
미국 농무부 장관이 “닭고기와 브로콜리 등으로 한 끼 식사를 3달러(약 4400원)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새 식단 지침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 가계의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정치권과 여론에서 확산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은 전날 뉴스네이션 인터뷰에서 “닭고기 한 조각, 브로콜리 한 조각, 옥수수 토르티야 한 장, 여기에 다른 음식 하나만 더하면 3달러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 식단 지침을 따를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롤린스 장관은 “1000번 이상 시뮬레이션을 거쳤다”며 “미국인들이 실제로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 보건복지부와 농무부는 지난 7일 초가공식품과 설탕, 정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자연 식재료 중심의 식단을 권장하는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을 발표했다. 붉은 고기와 전지방 유제품 섭취를 허용·권장한 점도 특징이다. 이 지침은 학교·군 급식과 저소득층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 등 연방정부의 식품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롤린스 장관의 발언은 즉각 반발을 불렀다. 그는 인터뷰에서 “계란, 닭고기, 돼지고기, 우유, 브로콜리 등 식료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내려가고 있다”고도 했으나, 이는 공식 통계와 배치된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식료품 가격은 전월 대비 0.7% 올라 2022년 10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테드 리우 의원이 올린 롤린스 비판 게시물. SNS 캡처
민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테드 리우 민주당 하원의원은 닭고기·브로콜리 한 조각과 옥수수 토르티야, 사탕 하나가 놓인 접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물가는 오르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렇게 먹으라고 한다”고 비꼬았다. 에드 마키 상원의원도 “트럼프 행정부는 가정이 겪는 어려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며 “저녁 한 끼가 얼마 드는지도, 사람들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는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프라밀라자야팔 하원의원은 “고군분투하는 노동자 가정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닭가슴살 하나가 이미 3달러가 넘는다” “조리비·부재료·지역별 가격 차이는 계산에 빠졌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원재료 단가만 따지면 산술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왔지만, 조리 비용과 시간, 소분 구매에 따른 단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가디언은 이번 발언이 프랑스 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의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말에 빗대어 조롱받고 있다고 전했다.




배재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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