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벌어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및 체포영장 집행방해 등 혐의들에 대해 법원이 징역 5년의 유죄 선고를 내렸다. 12·3 계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내란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 13일 사형이 구형되어 다음달 19일 선고 공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번 사건은 내란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직접적 판단은 아니지만, 계엄과 이후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윤 전 대통령의 행동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처음으로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우선 논란이 됐던 공수처의 수사가 적법하다고 인정한 부분이 무거운 의미로 다가온다. 재판부는 법에 명시된 공수처의 직권남용 수사가 자연스레 내란 혐의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공수처에는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고, 따라서 체포영장 자체가 불법 무효라고 주장하며 불법 무효인 체포영장 집행을 경호처의 물리력으로 저지했다. 온 국민이 TV화면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총기를 소지한 경찰과 경호처가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공수처의 수사 자체가 불법이란 주장은 한남동 공관 앞으로 집결한 일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포함, 윤 전 대통령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런 주장들을 모두 부정하고 경찰의 영장 집행을 적법한 것으로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이 불법이라는 또다른 근거로 내세운 ‘영장 쇼핑’ 논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형사소송법 상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시 말해, 아직도 우리 사회 일각에 남아있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및 구속·기소 등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 논란에 대해 재판부가 명쾌하게 선을 그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경호처 공무원들에 대해 “사병처럼 움직였다”고 표현했다. 법치의 수호자가 되어야 할 대통령이 국가기관인 경호처를 법외 존재인 ‘사병’처럼 부렸다고 준엄하게 질타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12·3 계엄선포 전 국무회의 소집 절차의 불법성과 계엄 문건의 불법성을 지적한 부분도 의미가 작지 않다. 계엄 선포 전단계의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논리적으로는 계엄 선포행위 자체의 불법성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국가긴급권 행사인 계엄선포와 같은 중대사안에 대해서는 국무위원 전원의 의견을 경청하고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일부 국무위원들에게는 회의 통지조차 하지 않은 불법성을 지적했다.
사형을 구형한 최근 내란 혐의 재판에 이어, 이날 재판에서 12·3 계엄 전후의 윤 전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것이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전직 대통령이 다른 혐의도 아닌 내란 혐의로 사형을 구형받고, 관련 행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것은 다시 있어선 안 될 헌정사의 비극이다. 더 이상 비극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자신의 행위들이 법정에서 불법으로 단죄되었음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으로써 지난 1년여동안의 국가적 퇴행과 온 국민이 겪었던 혼란, 그 과정에서 치러야 했던 막대한 사회적 비용에 대해 진솔한 사죄와 참회를 해야 한다. ‘망상적’ 계엄의 정당성 주장에 아직도 현혹되고 있는 일부 지지자들도 이 판결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법 절차는 상급심까지 계속 이어지겠지만, 이번 1심 판결은 12·3 계엄으로 인한 퇴행과 혼란, 그로 인한 사회적 분열과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와 국가가 정상 궤도에 다시 올라 앞을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