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을 휩쓸던 ‘일타강사’들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최태은)는 지난해 12월 29일 수학 강사 현우진(39)씨와 영어 강사 조정식(44)씨 등 46명을 모의고사 문제를 부정거래한 혐의로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현씨가 사립학교 수학강사 A씨에게 4년간 1억7909만원을 송금했다고 적시했다. 조씨는 현직 교사 2명에게 영어문항을 제작해 주는 대가로 1년 10개월간 8351만원을 제공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는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명목에 관계없이 한 사람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금품을 건넨 사람도 처벌 대상이다. 검찰은 일타강사들이 현직 교원으로부터 수업에 사용할 영어 문항이나 수학 시험에 활용할 문항을 건네받고, 1회 100만원 이상, 연간 300만원 이상 송금한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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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항 제작으로 수익, 비일비재
‘일타강사’가 강의에서 사용할 문항을 만들어 제공한 전·현직 교사들은 기소됐지만, 사실 현직 교사들이 문항을 만들어 수익을 올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교육부도 현직 교사가 문항을 묶어 본인 명의로 문제집을 발간하는 건 규제하지 않는다. 검찰은 출판사에 문항을 제공해 문제집을 발간한 교사들도 기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인 교사가 출판사로부터 연간 300만원 이상의 인세를 받았어도 처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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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집 출판과 일타강사 사건, 둘의 차이는
이처럼 일견 비슷해 보이는 ‘문제집 출판’과 ‘일타강사 사건’을 가르는 기준은 청탁금지법 예외 조항인 제8조 3항이다. 청탁금지법 제8조 3항에 따르면, 정당한 권원(權原)에 의하여 제공되는 금품 등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이때 권원은 어떤 행위나 사실을 법률적으로 정당하게 하는 근거를 뜻한다. 결국 검찰은 ‘일타강사’와 전-현직 교사 간 문항거래는 법률적으로 정당하지 않은 거래라고 판단한 셈이다.
검찰은 이 같은 ‘정당한 권원’의 기준으로 교사가 제공한 문항이 특정 학원에만 공개됐는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경찰이 검찰로 송치한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피의자 100여명 중 검찰은 46명만 기소했는데, 대형학원에 문항을 제공하거나 일타강사에게 문항을 제공한 이들이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전국 모든 학생이 볼 수 있는 문제집을 제작한 교사들은 검찰의 수사망에서 벗어났다. 실제로 교육부 ‘사교육 카르텔’ 논란 후 배포한 교사 겸직 가이드라인에도 ‘특정 학원 수강생’이 아닌 대중을 위한 문제집 제작은 허용한다고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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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 “적법 절차 따랐다”
이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는 ‘정당한 권원인가, 아닌가’가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판례에 따르면, 정당한 권원으로 예외사유에 해당하기 위해선 금품이 공직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과 범위에 상응하는 대가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절차적으로도 규정을 준수해 지급된 것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 현씨는 기소 직후 “독점 계약이 아니었고, 이미 EBS 및 시중 출판과 교과서 집필 등 활발히 참여하는 교사였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보수를 지급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