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5시쯤 대전시 중구 성심당 본점. 대전의 대표적인 빵집인 이곳에는 평일인 데도 빵과 케이크를 사려는 사람이 200m이상 줄을 서 있었다. 그런데 성심당 출입구 쪽에 눈길을 끄는 안내판이 보였다. ‘임신부 프리패스’를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 안내판 뒤로 수십명이 줄을 서 대기중이었다. 전국에서 찾은 임신부와 보호자 등이었다. 경기도 김포에서 왔다는 30대 부부는 “일반인은 몇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지만, 임신부는 매장에 신속하게 입장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달려왔다”라며 “프리패스는 임신부가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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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주말 1000여명 찾는 성심당
성심당이 임신부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면서 대전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임신부가 몰리고 있다. 성심당은 2012년 ‘임신부 프리패스’방안을 도입했는데, 소문이 나면서 ‘임신 기간에 혜택을 받아보자’며 찾고 있다고 한다. 성심당 임대혁 이사는 "2024년 직원에게 프리패스를 안내받은 한 임신부 고객이 '감동이었다'고 온라인에 글을 올리면서 사실상 공식화했다"고 설명했다.
임신부 프리패스는 성심당 본점과 샌드위치정거장, 케익부띠끄 본점, 시루케익 전문점, 성심당 DCC점, 성심당 대전역점 등에서 실시하고 있다.
‘임신부 프리패스’는 임신부 본인과 동반 1인까지 적용된다. 임신 확인증이나 산모 수첩을 신분증과 확인한 뒤 제품을 살 수 있다. 또 임신부에겐 빵과 케이크값을 5% 할인해준다. 임신부 프리패스 안내판에는 ‘배려하는 마음으로 예비 맘들을 응원해요’라는 문구도 있다. 이날 경남 양산에서 올라온 30대 부부는 “평소 성심당 빵과 케이크를 꼭 한번 먹고 싶었다”라며 “임신부 찬스를 이용하자는 생각에서 대전을 찾았다”고 전했다.
성심당에 따르면 임신부 프리패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평일 기준 500여명, 주말에는 1000명도 넘는다고 한다. 성심당 임영진 대표는 “대전보다는 수도권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골고루 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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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 "출산 문화에 선한 영향력 기대"
임신부 프리패스 제도가 인기를 끌면서 해프닝도 생긴다. 일부 일반 고객은 성심당측에 “며칠 전에 애를 낳았는데 신속 입장이 안되냐”고 호소한다고 한다. 또 대기 중인 일반 고객 사이에서 “우리도 애를 하나 더 갖자”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또 ‘국가 유공자 프리패스’ 같은 걸 만들어 달라고 제안하는 고객도 있다. 성심당 임대혁 이사는 “임신부 프리패스가 선한 영향력을 주면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크리스마스 등 케이크 수요가 많을 때는 임신부 프리패스가 악용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휴일을 전후로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지금 바로 성심당 가줄 임신부님 찾는다”며 사례금으로 3만원을 제시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작성자는 “부산에서 온 언니가 딸기 시루를 먹고 싶다고 하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임신부는 바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 데 도와달라”고 했다. 반대로 “임신부라 하이패스가 가능하다. 케이크 필요한 분들 동행해주겠다”며 건당 2만원의 사례를 요구하는 글도 있었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선 “선의를 악용한다” “이러다가 임산부 혜택 없어지겠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는 고객들이 성심당 케이크를 사기 위해 9시간 정도 줄을 서 기다리기도 했다. 성심당측은 추운 겨울에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매장 밖에 대형 난로 4~5대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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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 올해 창업 70주년
성심당(聖心堂)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6년 대전역 앞에서 임철순(1997년 작고)가 찐빵집으로 문을 열었다. 성심당은 임철순씨 아들 영진(70)씨가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올해 창업 70주년이다. 성심당은 예수님 마음을 담아 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 지역 대표 빵집으로 명성을 쌓다가 2023년 출시한 딸기시루 케이크가 ‘가성비 고급 케이크’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전국 명소로 자리 잡았다.
대전 아닌 다른 지역엔 분점을 내지 않는 경영 방침 덕분에 성심당 빵과 케이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리고 있다. 성심당을 찾은 사람들이 대전 시내 음식점을 함께 찾기도 한다. 성심당 매출은 해마다 50% 이상 증가하고, 지난해엔 1937억원으로 단일 베이커리 브랜드에선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