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 입법예고안을 내자 이튿날(13일) 여당 내 강경파들의 반발이 폭발했다.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날이었다. 강경파들은 “보완수사권 유지 가능성을 법안 곳곳에 숨겨놨다. 주는 걸 전제로 만든 법안”(김용민 민주당 의원)이라는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결국 13일 이 대통령은 서울공항에 배웅을 나온 정 대표와도 “검찰의 권한이 없어지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상호 견제를 해야지” 등의 말을 주고 받았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보완수사권 등과 관련해 “대통령이 당 의견을 수렴할 것을 정부에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총리실 검찰개혁추진단도 당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정부·여당 사이 불협화음은 공교롭게도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 때마다 커지곤 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일본을 방문한 지난해 8월 23~29일에는 검사의 보완수사권과 검찰청 존폐를 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와 법무부가 격돌했다. 민주당은 검찰청 폐지 기조를 담은 검찰개혁 초안을 확정짓고 한 달 뒤 본회의 처리를 공언한 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에서는 토론이 없다”며 민주당의 속도전을 비판하며 당정 긴장이 높아졌다.
지난해 9월 22일에는 이 대통령이 유엔(UN) 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사이, 민주당 소속 법사위 강경파 의원들이 지도부와 상의 없이 ‘조희대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의결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라디오에서 “대통령 유엔 연설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일정이지 않나”며 “갑자기 법사위 청문회가 결정이 되면서 정작 대통령의 말씀은 잘 전해지지 않았다. 당이 큰 잘못을 한 것”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아프리카·중동 지역 순방 일정이 있었던 11월에도 유사한 상황이 연출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APEC 종료 이튿날인 11월 2일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지시키는 재판중지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가 나서 “이 대통령을 더 이상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제동을 걸며 하루 만에 입장을 철회했다. 문진석 당시 원내운영수석은 라디오에서 “이번 주는 APEC 성과를 홍보하는 게 당의 기조였다”며 “당에서 불필요한 논의가 되는 것을 두고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아프리카·중동 순방길엔 정 대표가 ‘1인 1표제’ 당헌 개정을 밀어붙여 논란이 일었다. 최고위원·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표를 등가로 취급한다는 내용의 ‘1인 1표제’는 정 대표의 공약이자 숙원 사업이었다. 3일 만에 권리당원 여론조사부터 최고위원회의 의결까지 추진하려 하자 “대통령 순방 중에 이렇게 이의가 많은 안건을 밀어붙여 당원을 분열시킬 필요가 있느냐”(이언주 최고위원)는 공개 반발이 나왔다.
대통령이 외교 무대에 설 때마다 당정 엇박자가 두드러지는 상황이 반복되자 민주당 내부에선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당정 간 이슈 관리가 계속 안된다. 긴밀한 소통이 안 된다는 증거”라며 “한병도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 새로운 물이 들어오고 있으니 문제의식을 재점검할 적기”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