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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체중은 500㎏ 안팎이다. 전력으로 질주할 때 그 무게와 충격은 고스란히 발굽에 집중된다. 강한 근육과 훈련을 통해 빠르게 달리는 말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강한 발굽과 편자는 필수다. 말의 상태와 움직임을 읽으며 발굽을 관리하고 편자를 맞추는 장제사의 숨은 손길을 따라가 봤다.
장제사는 말의 발굽을 다듬고 편자를 장착하는 국가공인 전문가다. 발굽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도 한다. 말발굽은 사람의 손발톱처럼 계속 자라기 때문에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편자도 한두 달 정도가 지나면 마모돼 교체해야 한다. 이 작업을 책임지는 장제사는 말산업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문 인력이다. 속도를 겨루는 경주마뿐만 아니라, 사람과 호흡을 맞추며 걷는 승용마에게도 장제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마사회 장제사들의 하루는 말발굽 점검으로 시작한다. 편자의 마모 상태와 발굽의 갈라짐 정도를 관찰하고 체중이 실리는 방향 등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말이 서 있는 자세와 고개의 각도, 다리를 드는 반응도 말 상태의 중요한 단서다.
올해로 17년 차 장제사인 윤신상 과장은 말을 안정시키며 조심스럽게 발굽 상태를 살폈다.
“말은 예민한 동물이라 낯선 소리나 주변 움직임 등에 놀라면 발길질을 하기 때문에 처음엔 작업하기가 쉽지 않아요.”
“초보 때는 말에게 물리기도 하고 차인 적도 여러 번 있었어요."
불에 달군 편자에 화상도 입고, 허리 디스크를 겪기도 했다는 윤 과장은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말 다리를 몸으로 지탱한 채 능숙하게 편자를 제거하고 발굽을 깎아 균형을 맞췄다. 이전 편자에 맞춰 변형된 발굽의 형태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작업이다.
"탕탕탕탕" 장제사들은 900도가 넘는 화덕에서 시뻘겋게 달궈진 쇠 편자를 꺼내 수십 차례 망치질을 반복했다. 발굽에 꼭 맞는 편자를 만들기 위해 쇠를 달구는 화덕은 장제 작업의 필수 과정이다. 승용마용 편자는 쇠로 만들기 때문에 알루미늄 편자를 사용하는 경주마와 달리 수작업으로 형태를 잡는다. 장제사들의 연마와 조정 작업을 통해 말의 발굽에 맞는 무게와 형태가 만들어진다.
강성규 장제사는 “발굽의 앞뒤 높낮이와 좌우 균형을 확인하며 ㎜ 단위의 작은 차이까지 망치질로 조정한다”며 “미세한 차이가 말과 기승자의 안전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편자는 발굽에 못으로 고정한다. 편자가 발굽에 정확하게 밀착하지 않으면 통증을 유발하거나 파행의 원인이 된다. 편자를 교체하고 나면 장제사는 말의 걸음을 직접 확인한다. 발을 디디는 각도와 균형을 세심하게 살피고, 조금만 이상해도 다시 편자를 손본다. 말이 자연스럽게 걷는 순간까지 이 과정은 몇번이고 반복된다. 단순해 보이지만 한 마리당 30~40분 이 넘게 걸리는 고된 작업이다. 허리를 굽힌 채 말의 다리를 들고 버티며 하는 작업은 고된 노동이다. 여름에는 화로의 열기가, 겨울에는 차가운 공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올해 한국마사회 장제사로 입사한 김학진 씨는 “처음 교육받을 때는 체력적으로 아주 힘들었지만, 지금은 장제사 작업에 적합한 몸으로 변해 익숙해졌다. 체중도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최연소 장제사인 정예강 씨는 “편자를 만들고, 이상이 생긴 발굽을 치료해 말이 다시 편안하게 걷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렛츠런파크 서울에는 경주마 1368두와 승용마 102두가 있다. 말들의 발굽 관리를 책임지는 한국마사회 소속 장제사는 과천 경마공원에 5명, 제주목장에 1명, 부산경남경마공원에 1명이 있다. 전국에 장제사 국가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105명에 불과하고, 이 중 70여 명이 현장에서 활동 중이다. 말산업 성장과 함께 장제사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전문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오늘도 장제사는 말의 발을 보살피며 하루를 보낸다. 말이 몸을 맡기고 편안하게 걸음을 옮기는 그 순간을 위해, 그는 다시 망치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