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은 종종 대충 먹는 끼니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혼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온전히 나를 기준으로 음식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나를 돌보는 한 끼〉는 그런 혼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카페 푸드 전문가 김희경 카페시트롱 대표가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몸과 마음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한 접시를 소개합니다. 첫 회는 제주 레몬 파스타입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만들기 어렵지 않으며, 먹고 난 뒤의 기분이 가벼운 한 그릇입니다.
① 제주 레몬 파스타
새해의 첫 요리는 늘 조심스럽게 고르게 됩니다. 거창한 다짐을 담기보다는, 몸과 마음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음식이면 충분해집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만들기 어렵지 않으며, 먹고 난 뒤의 기분이 가벼운 것. 그런 기준에 가장 잘 맞는 요리가 바로 제주 레몬으로 만든 레몬 파스타입니다.
재료는 놀라울 만큼 단순합니다. 스파게티면, 레몬 한 개, 소금과 후추, 올리브오일, 버터, 그리고 치즈. 이 여섯 가지면 충분합니다. 특별한 소스나 오랜 시간 끓인 육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면을 삶고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른 뒤 레몬 제스트와 레몬즙을 더해 면을 버무리면 조리는 끝납니다. 마지막으로 치즈를 넉넉히 갈아 올리고 후추를 살짝 더하면 한 접시가 완성됩니다.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15분이면 충분한 요리입니다.
이 파스타의 핵심은 제철 레몬입니다. 특히 겨울을 지나며 맛이 깊어지는 제주 레몬은 산미가 지나치게 날카롭지 않고 향이 단정합니다. 껍질에서는 풋풋한 향이 나고, 즙은 둥글고 부드럽습니다. 그래서 크림이나 마늘 같은 보조 재료가 굳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레몬 자체만으로도 이미 맛의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버터는 산미를 부드럽게 감싸고, 올리브오일은 전체의 향을 정리해 줍니다. 치즈는 간을 맞추는 동시에 맛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합니다.
첫입은 상큼하게 시작됩니다. 두 번째에서는 고소함이 느껴지고, 몇 입 더 먹다 보면 생각보다 깊은 맛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단순한 재료가 반복되며 만들어내는 미묘한 결이 있습니다. 먹을수록 자극은 줄어들고 만족감은 차분히 쌓입니다. 그래서 이 파스타는 강렬한 맛이라기보다 계속 먹고 싶은 맛에 가깝습니다.
이 파스타가 유독 혼자 먹기에 잘 어울린다고 느껴지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반응을 살필 필요도, 맛에 대해 덧붙일 말도 없습니다. 그저 한 입씩 천천히 먹으면 됩니다. 레몬의 향은 잠시 생각을 멈추게 하고, 따뜻한 면의 온기는 몸을 안정시켜 줍니다. 말없이 먹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음식은 흔치 않습니다.
혼자 먹는 식사는 때로 결핍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파스타 앞에서는 오히려 충만하다는 인상이 남습니다. 양이 과하지 않아 좋고, 맛이 지나치지 않아 더 좋습니다. 접시를 비우고 나면 더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잘 먹었다는 기분이 먼저 듭니다. 새해의 첫 요리로 이보다 더 적당한 음식이 있을까요.
요리는 언제나 삶의 태도를 닮았습니다. 덜어내고, 단순하게 만들며, 제철을 믿는 것. 제주 레몬 파스타는 그런 태도를 담은 한 접시입니다. 새해의 시작에 거창한 계획 대신, 이렇게 조용히 만족스러운 음식을 만들어 먹는 선택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혼자여서 더 좋았던 파스타,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리게 될 맛. 이 한 접시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Today’s Recipe 제주 레몬 파스타
“면을 삶을 때 취향에 따라, 거의 다 익었을 무렵 올리브오일과 함께 다진 마늘을 1작은술 정도 더해도 좋습니다. 삶은 면수는 버리지 말고 파스타의 농도를 조절할 때 활용하세요. 버터를 넣고 유화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유화가 잘된 소스는 겉돌지 않고 윤기가 나며 녹진합니다.
재료 준비 재료(1인분): 스파게티면 100g(건면 기준), 레몬 1개, 올리브오일 2~3큰술, 버터 1큰술,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또는 그라나 파다노 치즈 적당량, 굵은 후추 약간
면 삶는 물: 물 1L(스파게티면 100g 기준), 소금 10g
만드는 법 1.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끓인 뒤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국물 맛이 살짝 짭짤하게 느껴질 정도가 적당합니다.
2. 끓는 물에 스파게티면을 넣고 포장지에 표기된 시간대로 삶습니다.
3. 면이 거의 다 삶아질 즈음, 팬을 약불에 올리고 올리브오일을 두릅니다.
4. 팬에 면수 한 국자 정도를 넣어 자작하게 끓인 뒤 레몬 제스트를 갈아 넣고, 레몬즙은 반 개 분량만 짜 넣습니다.
5. 삶아진 면을 팬에 옮겨 담고 집게나 주걱으로 소스와 면이 잘 섞이도록 충분히 저어줍니다.
6. 불을 약하게 유지한 상태에서 차가운 버터를 넣고 섞어가며 소스를 유화시킵니다.
7. 접시에 담아 치즈를 넉넉히 갈아 올리고 굵은 후추를 뿌립니다. 남은 레몬 제스트를 취향에 따라 더해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