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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낭비" "춘향·몽룡 상징"…남원 18.9㎞ '청사초롱' 논란

중앙일보

2026.01.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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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가 춘향테마파크·광한루원 등 주요 거리에 설치한 청사초롱. 사진 남원시


광한루원 등 주변 3만2740개 설치

“기후 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사업”이냐, “성춘향·이몽룡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상징적 콘텐트”냐. 전북 남원시가 주요 도심 곳곳에 설치한 청사초롱이 난데없이 논란에 휩싸였다. 지역 시민단체가 ‘빛 공해’이자 ‘예산·전력 낭비’라며 철거를 요구하면서다.

남원시는 17일 관광 활성화와 지역 상권 회복을 위해 2024년부터 2년간 약 3억400만원을 들여 춘향테마파크·광한루원 등 주변 약 18.9㎞에 이르는 거리·상권에 청사초롱 3만2740개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구도심의 밤을 밝히고 색다른 야간 경관을 만들어 침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청사초롱은 푸른 천과 붉은 천으로 상·하단을 두른 등(燈)을 말한다. 조선 후기 궁중에서 왕세손이 썼고, 일반에선 혼례식에 사용했다. 올해 96회를 맞은 춘향제를 매년 열고 있는 남원시는 축제 홍보와 함께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주기 위해 LED(발광 다이오드) 전등이 달린 청사초롱으로 거리를 꾸몄다. 점등 시간은 여름철 오후 7시 30분~11시, 겨울철 오후 6시~11시다.

관광객들이 청사초롱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남원시          2024년 '94회 춘향제'에서 관광객들이 LED 전등이 달린 청사초롱 아래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 남원시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남원 한 거리에 설치된 청사초롱 LED 조명이 주변을 비추고 있다. 사진 남원시


시민단체 “유령이 출몰한 듯” 철거 요구

이에 대해 ‘시민의 숲’은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청사초롱 사업은) 설치 비용은 물론 매달 1백만원이 넘는 전기료와 매년 수천만원의 유지비를 쏟아붓는 세금 낭비”라며 “밤늦게까지 밝혀진 조명은 시민 수면을 방해하고 야간 환경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또 “과도한 조명은 해가 지고 텅 빈 거리에 수많은 유령이 출몰하는 것처럼 기괴한 느낌마저 불러일으키는 빛 공해”라며 “(남원시는) 철거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민생 지원과 생태적 도시 활성화에 써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관광객·주민 사이에선 “운치 있다” “기억에 남는 장소” 등 긍정적 평가도 만만찮다. 40대 주민 조모(남원시 어현동)씨는 “청사초롱 거리는 외부 관광객이 다채로운 풍경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자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며 “밤 9~10시면 불이 꺼지는 다른 농촌 소도시와 달리 활기와 안정감을 준다”고 했다.

남원시가 2024년부터 2년간 춘향테마파크·광한루원 등 주변 약 18.9㎞에 이르는 거리·상권에 설치한 청사초롱(3만2740개) 위치도. 사진 남원시 남원시가 2024년 관광 활성화와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해 설치한 청사초롱. 사진 남원시         남원 밤 거리를 밝히는 청사초롱. 사진 남원시


남원시 “관광객 호응…야간 경관 개선”

남원시는 “철거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시 관계자는 “청사초롱은 춘향제 흥행에 일조한 데다 관광객에게 호응도가 높고, 야간 경관 개선 효과도 크다”며 “보행·체류 인구가 늘어 지역 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업을 불편한 시각으로 보면 도시 브랜드 사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청사초롱 관련 민원도 “퇴색·늘어짐·불 꺼짐 등 유지·보수 요청이 일부 있는 정도”라고 했다. ‘전기료가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고지서를 근거로 지난해 1466만원 수준으로 하루 4만원꼴”이라며 “관광 이미지 제고 등 여러 순기능을 고려하면 외려 가성비가 좋다”고 반박했다.
청사초롱이 설치된 남원 거리에 관광객이 바글바글하다. 사진 남원시



김준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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