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6도의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유명 카페 앞. 50명 넘는 사람들이 디저트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드디어 샀다!”
환호를 외치며 가게에서 나온 정석현(42)씨는 “초등학생 딸이 두쫀쿠를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줄을 서 겨우 4개 샀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같은 날 성수동에 또 다른 유명 찹쌀떡 가게에서 ‘두바이쫀득모찌’를 구매한 미국인 관광객 안나(32)도 “인스타그램에서 두쫀쿠를 알게 됐다”며 “어떤 맛일지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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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에도 줄 선다···한파 뚫은 두쫀쿠 열풍
두쫀쿠의 요즘 인기는 그야말로 열풍이다. 두쫀쿠 맛집이라고 한 번 소문이 나면 전국에서 손님들이 몰려온다. 디저트 카페뿐 아니라 식사를 파는 밥집에서도 두쫀쿠를 팔기 시작했다. 두쫀쿠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워지자 두쫀쿠 재고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지도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생겼다.
두쫀쿠는 두바이에서 시작돼 2024년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은 ‘두바이 초콜릿’을 한국식으로 현지화한 디저트다. 얇은 카다이프 면과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둥글게 빚은 후 겉을 녹인 마시멜로로 감싸, 겉은 부드럽고 속은 바삭한 것이 특징이다.
두쫀쿠 유행의 동력은 결국 ‘맛’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 대다수는 “맛있어서 다시 찾게 된다”고 말했다.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값어치를 한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아직 맛보지 못한 소비자들 역시 유행을 계기로 한 번쯤은 먹어보겠다는 답변이 많았다. 유행을 따라 시작된 소비가 재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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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서울로 ‘두쫀쿠 투어’
두쫀쿠 맛집을 가기 위해 여행을 하는 이른바 ‘두쫀쿠 투어족’도 적지 않다. 충남 보령에 사는 박유경(28)씨와 제주도에 사는 김현정(28)씨는 서울 쌍문동·성신여대·홍대 일대의 유명 두쫀쿠 매장을 돌기 위해 새벽부터 각각 버스와 비행기를 타고 ‘두쫀쿠 투어’에 나선다. 이들은 두쫀쿠에 ‘진심’이다. 박씨는 “지금 사는 지역에는 디저트 가게가 많지 않아, 서울에 몰려있는 두쫀쿠 가게를 방문하려 여행 계획하게 됐다”며 “다음엔 두쫀쿠 맛집이 많은 대구도 여행하려 한다”고 했다.
두쫀쿠 흥행에 올라탄 디저트 카페는 호황을 맞고 있다. 서울 성수동 한 카페 사장 윤정한씨는 “가게 정체성을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아예 디저트 전문점으로 밀고 가려 한다”고도 했다. 두쫀쿠를 응용한 ‘두쫀쿠 수건 케이크’와 김밥처럼 말아낸 ‘두바이쫀득김밥’등 파생 메뉴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두쫀쿠 수요가 급증하자 가게에선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거나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주변 매장의 실시간 두쫀쿠 재고 상황과 1인당 구매 가능 수량을 확인할 수 있는 ‘두쫀쿠 맵’도 등장했다. 해당 맵의 개발자는 “입점을 원하는 카페 사장들의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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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쫀쿠 먹으려고 1만9000원 뼈구이 시켜”
‘두쫀쿠 대란’이 벌어지자 기존에 두쫀쿠를 판매하던 베이커리 카페뿐 아니라 디저트와는 거리가 먼 백반집, 초밥집 등 음식점에서도 두쫀쿠를 만들어 팔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뼈 구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조은별(31)씨도 가게에서 직접 두쫀쿠를 만들어 판매한다. 50가지 이상의 두쫀쿠를 먹어보고 자신만의 두쫀쿠를 직접 개발했다는 조씨는 ‘두쫀쿠 틈새시장’을 공략해 쏠쏠한 매상을 올렸다. 조씨는 “보통 두쫀쿠 카페는 이른 오후에 재고가 모두 동나는데, 우리는 저녁에도 수요가 있을 거라고 봐서 늦은 오후부터 판매를 한다”고 전했다. 조씨 가게는 두쫀쿠를 판매한 뒤로 하루 매출이 2배 이상 상승했다.
일부 음식점들은 식사 주문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뼈구이 음식점은 최소 1만9000원 이상을 주문해야 두쫀쿠를 먹을 수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백반집을 하는 이수빈(29)씨 역시 “적자가 계속돼 폐업까지 고민했는데, 두쫀쿠 덕분에 매출의 약 10~20% 부수입이 생겼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 초밥집에서 두쫀쿠를 파는 박상범(41)씨도 “판매 3주 만에 월 매출이 30% 증가했다”며 “요즘은 초밥보다 두쫀쿠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며 웃었다.
원재료 가격이 비싸 이윤은 크지 않지만, 고객을 유입하는 등 홍보 효과는 탁월하다는 것이 이들 설명이다. 박씨는 “신규 고객 한 명을 끌어오려면 광고 비용이 최소 10만원이 드는데, 두쫀쿠를 검색해서 새로 유입되는 고객이 많아 마케팅 비용 10만원 이상의 역할을 한다”며 “실제로 두쫀쿠 주문자 30명 중 20명이 신규 고객”이라고 말했다. 뼈구이집 사장 조씨도 “최근 주문 고객 절반이 신규 유입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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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쫀쿠 대란에 재료 불법 수입·무신고 판매도
두쫀쿠 대란이 일면서 주요 재료 중 하나인 카다이프 면 등도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카다이프는 중동식 얇은 국수다. 카다이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10월 500g에 7000원이었던 가격이 지금은 3만원 정도로 올랐다. 많은 가게가 재료를 확보하지 못해 1인당 구매 제한을 두거나 잠시 두쫀쿠 판매를 멈췄다.
두쫀쿠 이전에 ‘두바이 초콜릿’이 유행했을 때는 카다이프를 불법으로 수입하는 사례도 있었다. 2024년 8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매장이 수입신고를 하지 않은 카다이프로 만든 두바이 초콜릿을 판매하다 적발돼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았다.
‘당근’ 등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재료·완제품 거래까지 이어지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온라인에서 식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관할 지자체에 식품제조·가공업으로 영업 등록하거나 즉석판매제조·가공업으로 영업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사례도 발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무신고 식품 제조·판매로 적발된 사례가 3건 있었다. 올해 들어서도 1건이 추가로 확인돼 행정지도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불법 거래 식품은 유통경로와 소비기한을 확인하기 어려워 위생·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사고가 나더라도 보상이 어렵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무신고 제품이 판매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