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예선에서 우리가 좋지 않은 성적으로 8강에 진출한 건 하늘이 준 기회라 생각합니다. 강한 상대인 호주와 만나지만, 팀이 하나로 뭉쳐 좋은 경기를 펼치고 승리할 수 있게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난적’ 호주와의 일전을 앞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사령탑 이민성 감독의 출사표다. 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오는 18일 오전 0시30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호주를 상대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 감독은 “아시안컵은 2026년 한국 축구의 출발을 알리는 무대”라면서 “좋은 출발과 함께 앞으로도 좋은 성과가 계속 이어질 수 있게 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어 “올해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인 만큼,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별리그 흐름은 연속 8강에서 탈락한 이전 두 번의 대회(2022·24)보다 답답했다.
일단 8강에 오르는 과정부터 삐걱거렸다. 지난 13일 2살 어린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0-2로 완패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최약체로 여긴 레바논이 이란에 1-0으로 승리한 덕분에 조 2위(1승무1패·승점 4점)로 8강 토너먼트에 턱걸이했다.
조별리그를 치르는 동안 한국은 볼 점유율에서 우세를 보이고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빌드업은 느렸고 공격 전개는 단조로웠다. 결정적인 찬스에선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호주는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만난 팀들과 견줘 수준이 높다. 빠르고 직선적이며 압박과 전환 속도가 우수하다. 조별리그에서 노출한 느슨한 수비가 정비되지 않는다면 이전에 비해 아찔한 실점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호주를 넘으면 4강에서 일본과 만난다. 우승 여부와 더불어 이번 대회 최대의 분수령으로 삼을 만한 승부다.
때문에 호주전이 더 중요하다. 경기력에 대한 의문을 안은 채 일본을 상대하는 것과, 확실한 반등의 계기를 만든 뒤 한·일전을 맞이하는 건 전혀 다른 스토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감독이 호주전을 앞두고 조별리그 부진에 대해 ‘하늘이 준 기회’라 표현한 건 일찌감치 맞은 매가 우리 선수들에게 쓴 약으로 작용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 감독은 “피지컬적으로는 예선부터 착실히 준비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인데, 예선 3경기에서 패스미스가 많았다. 선수들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게 원인이라 분석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선 3경기를 치르는 동안 점점 부담감을 떨쳐내는 모습이 나왔다”면서 “이번 호주전에선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선수들이 패스와 배후 침투 등에 대해 더 열심히 훈련했다. 좋은 모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4강에서 만날 일본과의 승부 또한 부담스럽지만, 지금은 다음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호주라는 큰 산부터 넘어야 한다. 이 감독은 “호주는 포지셔닝이 좋은 팀이다. 피지컬적으로도 우수한 선수들이 많다”면서 “상대에 대해 잘 분석해놓았다. (우리의 장점인) 기동력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대비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단을 대표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현서(경남FC)의 각오 또한 비슷했다. “예선과는 다르게 토너먼트는 팀으로서 잘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그는 “경기장에서 예선과 다른 모습을 선보여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