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과 대만 등 주요 반도체 생산국을 겨냥해 미국 내 직접 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100% 관세’라는 유례없는 무역 장벽을 세우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뉴욕주 마이크론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려는 모든 이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뿐"이라며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반도체 자급자족 정책을 관세라는 강력한 무기로 강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전날 대만과의 무역 합의를 통해 구체적인 반도체 관세 면제 조건을 공개하며 실질적인 압박에 들어갔다.
합의안에 따르면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을 짓는 대만 기업은 건설 기간 중 생산능력의 2.5배까지, 완공 후에는 신규 생산능력의 1.5배까지 관세 없이 수입할 수 있는 쿼터를 보장받게 된다.
이러한 대만의 합의 모델은 향후 진행될 한미 반도체 협상의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한미 무역 협상 당시 한국산 상품에 15%의 보편 관세를 적용하기로 합의하면서, 반도체 부문에 대해서는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기로 원론적인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면제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미 행정부 당국자가 대만의 면제 기준을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국가별로 별도의 합의(separate agreements for separate countries)를 할 것"이라고 답함에 따라, 한국에 대해서는 대만 모델과는 다른 별도의 투자나 조건이 요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미국 내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