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메르코수르 FTA 서명…보호무역 저지 '방파제' 될까
협상에만 25년, 유럽의회 동의 등 남아…프랑스 농민 반대 '암초' 여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이 25년이라는 기록적인 협상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문서에 공식 서명했다.
메르코수르 사무국은 17일(현지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 있는 파라과이 중앙은행 대강당에서 EU·메르코수르 FTA 서명식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파라과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영TV 방송에서 생중계했다.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 등 메르코수르 측 정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이 서명식에 참석했다.
메르코수르 정회원 가입 승인을 받은 볼리비아의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과 메르코수르 준회원국인 파나마의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도 자리했다.
양측은 FTA가 최근 완연해진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해 글로벌 자유무역의 방파제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 "우리는 관세보다 공정한 무역을 선택했으며, 고립보다 생산적인 장기적 파트너십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우파 성향으로 친미(親美) 외교 노선을 취하고 있는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은 "긴장이 고조된 글로벌 환경 속에서 국제 무역을 지지하는 명확한 신호"라고 언급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의 경우 미국 정책에 비판적일 수 있는 표현을 피하면서 "이번 FTA는 메르코수르 창설 이래 최고의 업적"이라고 평가한 뒤 "세이프가드 또는 그와 동등한 효과를 가진 메커니즘의 도입은 협정의 핵심 목표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경계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EU와 메르코수르는 1999년부터 이어진 협상 끝에 2024년 12월 FTA 체결에 합의했다.
그러나 농산물 분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프랑스 등 일부 국가의 반발과 시위 등 진통 속에 합의 1년여 뒤인 지난 9일에서야 EU 측 승인을 도출했다.
EU와 메르코수르 FTA가 발효되면 7억2천만 명의 인구를 포괄하는, 국내총생산(GDP) 22조 달러(전세계 30%가량)를 넘는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지대 중 하나가 만들어진다.
국제사회에서는 EU가 리튬 같은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확보와 함께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산업의 새로운 수출 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르코수르 역시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이라는 거대 소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AFP통신은 EU 측이 자동차·와인·치즈 수출에, 메르코수르는 쇠고기·가금류·설탕·쌀·꿀·대두 수출에 각각 이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협정 최종 발효 전까지는 유럽의회 승인을 비롯한 비준 동의 절차가 남았다. 프랑스 등 반대 국가 내 농민들의 시위가 거세지고 있는 터라 막판 진통 가능성이 있다.
이날 행사에서 메르코수르 핵심 회원국인 브라질에서는 일찌감치 불참을 예고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대신 마우루 비에이라 외교부 장관이 단상에 올랐다.
브라질 대통령실은 "원래 서명식이 장관급 행사로 계획됐다"라고 설명했으나, 다른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은 이번 성과의 열매를 룰라 대통령이 '독식'하려는 듯한 행보를 보인다는 취지의 불만을 표한 바 있다. 룰라 대통령은 전날 리우데자네이루에서 EU 집행위원장을 별도로 만났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 4개국이 무역 장벽을 전면 철폐해 1995년 출범시킨 공동시장이다. 베네수엘라가 2012년 추가 가입했지만, 정치·외교적 문제로 현재는 정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최근엔 볼리비아가 추가로 회원국 자격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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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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