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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때문만은 아니다…자동차 이어 '전기 배' 띄우는 업계, 왜

중앙일보

2026.01.17 12:00 2026.01.1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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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2024년 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세션에서 한화의 해양 탈탄소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자동차에 이어 선박도 전기로 움직이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해운 산업의 탈탄소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한화 등 주요 기업들도 전기 추진 선박을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기술적 과제도 만만치 않다.

18일 한화에 따르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오는 19일 열리는 다보스포럼(WEF) 연차 총회에 앞서 기고문을 통해 ‘전기 추진 선박 해양 생태계’ 구축을 제안했다.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해운 산업의 친환경 전환이 불가피한 만큼 근본적으로 선박 동력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이를 위해 ▶전기 선박 개발 ▶안정적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 ▶항만 충전 인프라 구축 ▶탈탄소 에너지 공급 설비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전기 선박의 본격적 확산을 위해 안정적인 ESS가 필수적”이라며 “배터리 충전·교체 인프라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도) 첨단 ESS와 청정에너지 솔루션을 해양 인프라 전반에 적용해 선박과 항만이 전체 생태계와 함께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며 “유럽 항만 당국과 협력해 ESS와 선박 충전 설비를 제공하는 시범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의 선박용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 추진 선박. 사진 CATL

해외에서도 전기 선박 상용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전기 선박 개발에 직접 나서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기 선박용 배터리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CATL은 3년 이내에 자사가 개발한 순수 전기 선박을 바다에 띄울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또 다른 중국 배터리 업체인 고션 하이테크도 전기 컨테이너선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개발했다.

선박 업계가 ‘전기 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각국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앞서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 분야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넷제로’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08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최소 20%, 2040년까지 최소 70%를 감축하는 중간 감축 목표도 설정했다. 유럽연합(EU)도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해운사들은 2027년 이후 탄소 배출량 전량에 대해 배출권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 선박의 장점도 뚜렷하다. 기존 디젤 엔진 선박과 비교해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장기 운행 시 유지·보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존 내연기관 선박이 에너지 효율이 약 20% 수준인 데 반해, 전기 추진 선박은 최대 40%까지 효율을 낼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다.
김경진 기자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전기 선박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기 선박 시장 규모는 2025년 65억 달러(약 9조6000억원)에서 2035년 588억 달러(약 86조6000억원)로 10년새 약 10배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24.6%다. 퓨처마켓인사이트는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 추진 솔루션의 도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바다 위에서는 전기 충전 인프라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장기간 운항 중 필요할 때 꺼내 쓰는 ESS가 핵심으로 꼽힌다. 하지만 ESS는 구축 비용이 비싸고 무게가 많이 나갈 뿐 아니라, 선박용 기술 완성도가 높지 않아 현재로선 대양을 횡단하는 대형 선박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 실제 CATL이 공급하는 선박용 배터리 역시 내륙 수로를 오가는 내수용 선박이나 단거리 크루즈 등에 주로 쓰이고 있다.

해상에서 화재 발생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는 만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액침냉각 기술도 중요하다. 액침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냉각유로 장비의 열을 식히는 차세대 열 관리 기술을 의미한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SK엔무브는 2024년 리튬이온배터리 모듈 내부에 냉각 플루이드를 채워 선박용 ESS 화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셀 하나에서 발화하더라도 다른 셀로 번지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해당 기술은 아직 상용화 단계엔 이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 추진 선박은 이제 막 개발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와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상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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