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암의 가장 강력한 적은 흡연이다. 담배는 폐뿐만 아니라 소변을 모았다 배출하는 방광에도 암을 키운다. 아릴아민·니트로사민 등 담배 속 독성 물질은 소변으로 변해 방광 점막을 자극하고 DNA 손상을 일으켜 암세포로 변한다. 흡연자의 소변 속 아민화합물 농도는 비흡연자보다 최대 30배나 높다는 연구도 있다.
방광암은 흡연한 기간이 길고 하루 흡연량이 많을수록 발생률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서호경 국립암센터 비뇨기암센터 교수는 “방광암 환자의 50%는 흡연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방광암 치료 첫 단계는 금연이다.
방광암인데 담배를 계속 피우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독성 물질이 끊임없이 공급돼 잘 치료되지 않는다.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방광암은 담배를 끊어야 극복할 수 있는 병"이라고 말했다. 국내 방광암 환자는 최근 10년 새 44% 늘었다. 한 번 발병하면 재발 가능성이 70%로 높은 방광암의 의심 증상,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혈뇨 비쳤다 사라져도 암일 수 있어 방광암의 대표적인 경고 신호는 육안적 혈뇨다. 암세포가 방광 점막에 자라면서 혈관을 침범해 소변에 혈액이 섞인 것이다. 박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혈뇨는 초기 방광암에서 유일한 자각 증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변이 노란빛을 띠지 않고 옅은 분홍색, 커피색, 흑갈색, 붉은색 등으로 변한다.
혈뇨가 있다고 반드시 방광암인 것은 아니다. 요로계 감염, 결석 등 비뇨기계 질환이 있을 때도 혈뇨가 있다.
그런데 방광암 환자의 80% 이상은 첫 증상으로 혈뇨를 경험한다. 혈뇨를 무시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육안적 혈뇨로 병·의원을 찾은 사람의 13.2%는 방광암 등 비뇨기계 종양으로 진단됐다는 보고도 있다. 박성열 교수는 "혈뇨가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광암 알리는 혈뇨 특징 방광암을 의심하는 혈뇨는 특징이 있다. 첫째로 무통성이다. 소변에 피만 비칠 뿐 아프지 않다. 둘째로 간헐성이다. 혈뇨가 계속 나오지 않는 대신 며칠 비쳤다 사라진다.
서호경 교수는 “혈뇨가 사라지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 번이라도 육안적 혈뇨가 있다면 방광암 등 비뇨기계 종양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색이다. 혈뇨의 색이 옅을 수도 짙을 수도 있다. 붉은빛이 짙다고 병기가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혈뇨의 색은 종양의 위치, 출혈량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방광암은 암세포가 근육까지 침범한 2기로 넘어가면 치료 양상이 달라진다. 주변 장기로 전이가 없어도 진행 병기라면 어쩔 수 없이 방광을 들어내야 한다.
소변을 모으지 못하니 인공 방광을 만들거나 소변 주머니를 차야 한다. 서호경 교수는 "방광을 들어내는 수술을 피하려면 혈뇨 증상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감별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라도 재발률 높아 방광암은 암세포가 방광 점막에만 있는 초기라도 5년 내 재발률이 50~70%나 될 정도로 높다. 방광 내시경으로 보면서 방광 내부에 있는 암세포를 긁어내 제거해도 재발한다.
방광암은 왜 재발률이 높을까. 방광은 암 발생에 취약한 환경이다. 서호경 교수는 “소변 속 발암 물질이 방광 내부 곳곳을 자극해 어디에서나 암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밭을 가꾸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잡초가 올라오는 것과 비슷하다.
그뿐이 아니다. 방광 점막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 조각이 소변을 타고 떠돌다가 다른 부위에 정착해 새로운 종양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결국 수술로 눈에 보이는 암세포를 없애도 다른 부위에 새로운 암 덩어리가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생길 수 있다.
방광 지키려면 수술 후 모니터링에 철저해야 방광암은 수술 후 정기적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방광암 수술 후 첫 1~2년은 3개월마다 재발 여부를 살펴야 한다. 빨리 발견하면 방광 내시경으로 긁어내 암이 전신으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반복된 방광암 재발로 10~20번이나 방광 내부를 긁어내는 수술을 받으며 지내는 경우도 있다.
다만 암세포가 점막층보다 아래에 위치한 근육·지방층까지 깊숙이 침투하면 긁어내는 방식의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발 방광암의 10~15%는 진행·전이성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되면 생존율이 5~10%로 뚝 떨어진다.
최근엔 진행·전이성 방광암이라도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면역항암제, 항체-약물 접합체(ADC) 치료제 등으로 암 재발을 막으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거나 암세포만 정밀 타격해 미세 잔존 암을 제거한다.
국내에서 진행·전이성 방광암은 1차 치료로 항암 화학요법을 시행한 후 면역항암제(아벨루맙)로 종양이 다시 증식하는 것을 억제하는 유지요법으로 주로 치료한다. 주요 임상 연구를 통해 면역항암제 유지요법은 1차 항암 화학요법 이후 12~15개월에 불과했던 진행 ·전이성 방광암의 전체 생존 기간 중앙값을 30개월까지 늘렸다는 점을 입증했다.
현재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것은 면역항암제 유지요법이 유일하다. 박세훈 교수는 “진행·전이성 방광암은 초기 항암 치료에 반응해도 재발 위험이 높아 공백 없이 치료 효과를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광암 예방엔 금연이 가장 중요하다. 담배를 끊고 10년 정도 지나면 방광암 위험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또 하루 2L 정도 물을 마시면서 수분을 섭취한다. 발암 물질이 소변과 함께 오래 방광에 머물지 않도록 한다. 대규모 연구 결과 수분 섭취가 많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방광암 위험이 크게 낮았다.
과일·채소 섭취를 늘리는 식단도 좋다. 육안적 혈뇨가 있을 땐 감별진단을 받는다. 방광암 초기 증상인 혈뇨를 빨리 발견하기 위해 40세 이상부터는 소변 검사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혈뇨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