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파항주 라우브의 길을 걷다 보면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강한 향이 코를 찌른다. 도로변에는 가시 돋친 두리안 조형물과 ‘무상킹(Musang King)의 고향’이라는 표지판이 이어진다. 한때 19세기 금광 도시였던 이곳은 이제 ‘두리안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무상킹 덕분에 생계를 잇는 농촌으로 변했다. 현지에서 “나무집을 벽돌집으로 고쳤고, 자녀를 해외 대학에 보낼 여유도 생겼다”(뉴욕타임스)는 말이 나올 만큼 두리안은 지역 경제를 살린 ‘효자 열매’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지역에선 두리안 호황의 부작용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영국 BBC는 최근 “중국의 폭발적인 두리안 수요가 동남아 농촌에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요를 맞추기 위해 재배지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산림 훼손이 가속화됐고, 토지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도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라우브에서는 정부에서 국유지에 불법으로 심어진 두리안 나무 수천 그루를 벌목하자 농민들이 “수십 년간 경작해온 땅”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일이 발생했다. 생계와 환경, 법적 권리가 충돌하며 지역 사회가 갈라진 셈이다.
중국의 ‘두리안 사랑’이 어느 정도이길래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중국은 전 세계 두리안 수출 물량의 90% 이상을 흡수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HSBC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두리안 수입액은 70억 달러(약 10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리안이 고급 선물이나 결혼 예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트렌디한 먹거리’로 사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더우인(중국판 틱톡)에서 ‘두리안 바비큐’와 ‘두리안 뷔페’ 관련 콘텐트 조회 수가 12억 회(2024년 12월 기준)를 넘겼다고도 전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2018~2025년 중국으로 수출된 두리안과 가공품이 11만5359t, 63억7000만 링깃(2조3192억원)에 달한다. 이런 탓에 재배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이 한층 커졌고, 결국 지역 사회 갈등으로 불거진 모습이다.
말레이시아뿐 아니다. 베트남에서는 커피 농가들이 수익성이 높은 두리안으로 대거 전환하면서 글로벌 커피 공급이 줄었다.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은 당연하다. 태국에서는 중국 수출 경쟁이 과열되며, 두리안의 색을 진하게 만드는 발암성 염료 사용 논란까지 불거졌다. BBC는 “농업 구조가 특정 작물에 쏠리면서 식량 안보와 환경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중국이 자국 내 두리안 재배를 확대하며 ‘자급자족’을 모색하고 있어, 동남아 농촌들은 새로운 불확실성을 맞게 될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