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중수청 이원화한다는데…14만 경찰 중 변호사는 286명뿐

중앙일보

2026.01.17 17:3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뉴스1
정부가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법안을 둘러싸고, 경찰 조직의 인력 현실과 제도 설계 사이의 괴리가 본격적인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14만 명에 달하는 경찰 조직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인원이 0.2%에 불과한 상황에서, 변호사 여부를 기준으로 수사 인력을 이원화하는 구조가 과연 타당하냐는 문제 제기다.

1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기준 변호사 자격증을 등록한 경찰 공무원은 286명으로, 전체의 0.2% 수준에 그쳤다. 변호사 자격은 자진 신고 사항이다.

소속별로 보면 경찰청 본청 44명, 서울경찰청 114명 등 수도권에 158명(55%)이 집중돼 있었다. 경기남부청 29명, 부산·광주청 각 12명, 대구·대전청 각 10명, 인천청 9명, 경기북부청 8명 순이었고, 강원청은 1명에 불과했다.

계급별로는 경무관 이상 1명, 총경 10명, 경정 53명, 경감 210명, 경위 12명으로 집계됐다. 총경 이상 고위 간부 가운데서도 변호사는 극히 드물었다.

정부안에 따르면 중수청은 변호사 자격을 갖춘 ‘수사사법관’과 비변호사 ‘전문수사관’으로 인력을 구분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수십 년간 중대범죄를 수사해온 베테랑 경찰관 다수가 핵심 수사 주체에서 배제되고 전문수사관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수청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마약·내란 및 외환·사이버 등 9대 중대범죄를 전담하게 된다. 정부는 “중대범죄 수사는 초기부터 고도의 법리 판단이 필요하고, 검찰 직접수사 인력의 원활한 이동을 고려해 이원화 구조를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모습. 뉴스1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법률 검토만큼이나 장기간의 내사, 계좌·통신 분석, 압수수색, 잠복과 추적 등 수사 역량이 핵심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을 변호사 자격증 하나로 구분하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검사-수사관’ 구조를 중수청 내부에 그대로 옮겨놓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중대범죄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경찰관은 “복잡한 사건에서 법률적 소양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며 “경찰에서는 변호사 자격이 있어도 동등한 수사관으로 현장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법률 지식이 전가의 보도처럼 취급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수청은 약 3000명 규모로 꾸려질 전망이다. 검찰뿐 아니라 경찰에도 문을 열어두고 있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적지 않다. 한 경찰 관계자는 “중수청이 생긴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가려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결국 검사 밑에서 일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많다”고 전했다.

중수청 이원화 논의는 단순한 조직 설계 문제를 넘어, 중대범죄 수사를 반드시 법조인이 주도해야 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재홍([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