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독감에 걸려서 겨우 회복했는데, 또 독감이라니요.”
직장인 김모(39)씨는 지난달 초 중학생 딸을 시작으로 가족 모두가 인플루엔자(독감)에 걸려 고생했다. 그런데 지난주 다시 독감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독감이 끝난 줄 알고 안심했는데 한 달 새 두 번이나 앓게 될 줄은 몰랐다”며 “이럴 수가 있나 싶어 황당하다”고 말했다.
초겨울 A형 독감 유행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잦아들자, 이번에는 B형 독감이 예년보다 이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연말 독감을 한 차례 앓았더라도 다시 감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월 중순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독감 유행은 올해 2주차(1월 4~10일)를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해당 기간 의원급 의료기관의 독감 의심환자(ILI)는 외래환자 1000명당 40.9명으로, 전주(36.4명)보다 늘었다. 유행 기준(9.1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B형 독감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호흡기 검체 분석 결과, 올해 2주차 독감 바이러스 검출률은 33.5%로 전주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바이러스 유형별 비중은 뚜렷이 달라졌다. 지난해 말 A형 36.1%, B형 0.5%였던 검출률은 올해 2주차에 A형 15.9%, B형 17.6%로 바뀌었다. B형이 A형을 앞지른 것이다.
통상 B형 독감은 늦겨울에서 이른 봄에 유행한다. 하지만 올해는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게 방역당국의 판단이다. 질병청은 “B형 독감이 예년보다 이르게 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어, 감소세를 보이던 독감 감염이 다시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연령별로 보면 소아ㆍ청소년에서 발생이 집중됐다. 올해 2주차 기준 독가 의심환자는 7~12세가 1000명당 127.2명으로 가장 많았고, 13~18세(97.2명), 1~6세(51.0명)가 뒤를 이었다. 보통 학령기 연령층을 중심으로 유행이 이어지면 시차를 두고 가정과 직장 등으로 전파된다.
급성 호흡기 감염병인 독감은 바이러스 유형에 따라 크게 A형과 B형으로 구분한다. 두 종류 독감의 증상은 거의 같다. 감염되면 보통 1~4일의 잠복기를 거쳐 38도 이상의 발열과 함께 기침, 인후통, 두통, 근육통, 콧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소아의 경우 구토나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열은 대개 3~4일 지속되지만, 기침과 인후통은 며칠 더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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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올 겨울 9300명 사망, 국내서도 매년 2000~3000명 사망
문제는 독감이 단순한 호흡기 증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와 어린이, 임신부,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에게서는 중이염이나 세균성 폐렴 같은 합병증이 잘 발생한다. 드물게는 심근염ㆍ뇌염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기존 심장ㆍ호흡기 질환이 악화되는 사례도 보고된다. 패혈증으로 악화해 팔이나 다리 절단에 이르는 사례도 매년 발생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6일 기준 올 시즌 독감으로 최소 1800만 명이 감염됐고, 23만 명이 입원했으며, 93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의 경우 독감이 직접 원인인 사망자는 연간 200명 수준이지만, 질병청과 학계는 폐렴 등 합병증과 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초과 사망까지 포함하면 매년 2000~3000여명이 독감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돼 숨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방역당국은 A형 독감을 이미 앓았더라도 B형에 다시 감염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올겨울 유행 초기에 A형 인플루엔자에 걸렸던 경우라도 B형 인플루엔자에 재감염될 수 있다”며 “아직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65세 이상 어르신과 어린이, 임신부 등 고위험군은 지금이라도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