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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당한 캐나다, 중국과 밀착…"새 전략적 파트너십" 선언

중앙일보

2026.01.17 22:43 2026.01.1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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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베이징 르탄 공원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기자회견을 갖고 ″캐나다는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헤쳐나가며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EPA
지난 16일(현지시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중국과 새로운 전략 파트너십 체결을 선언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마친 카니 총리는 르탄(日壇)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상을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인다(We take the world as it is not as we wish it to be)”며 캐나다의 가치에 기반을 둔 현실주의 외교 방침을 밝혔다.

주요 7개국(G7)인 캐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뒤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며 고율 관세로 압박하자 중국과 밀착을 선택한 모양새다. 홍콩 명보 등 중화권 매체는 “중국과 캐나다의 관계 개선으로 미국이 주도하던 중국 포위망이 뚫렸다”며 합종연횡(合縱連橫, 이해관계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다)의 국제 질서를 예고했다.
지난 16일 베이징 르탄 공원에서 마크 카니(오른쪽) 캐나다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홍콩 출신 마이클 마 캐나다 자유당 의원이 총리의 발언을 주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카니 총리는 지난 14~17일 캐나다 총리로는 8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정상 공동성명’과 ‘경제무역협력 로드맵’ 등 7건의 합의문에 서명하고, 중국산 전기차와 캐나다 농산물에 부과했던 상호 고율 관세를 철폐했다.

16일 카니 총리는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중국과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은 오늘날의 세계를 반영하는 파트너십”이라며 “현실적이고, 존중하며, 이익 기반의 참여를 특징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질서가 완전히 뒤집혔기 때문”이라며 “캐나다는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헤쳐나가며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중국과 관계가 미국보다 더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중 미국과 중국을 비교하는 질문에 카니 총리는 “미국과 관계는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중국과 관계보다 훨씬 다면적이고 깊고 광범위하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중국과 관계가 발전해 온 방식을 보면 더 예측할 수 있고, 지금 그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18일 페이스북에 중국 방문 성과를 정리하며 “중국과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 파트너십은 야심차며 실용적이고 국민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거듭 실용외교 측면을 강조했다.

중국은 카니 총리의 발언을 환영했다. 18일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화음(和音) 칼럼에서 “중국과 캐나다 관계의 발전에서 쌓은 경험과 계시는 양국 간의 공동 자산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서양 국가들이 캐나다와 같이 중국과 관계 조정에 나설 것을 촉구한 셈이다.

지난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크 카니(왼쪽) 캐나다 총리가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 총리로 8년만에 중국을 방문해 신시대 전략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했다. 로이터
쑨싱제(孫興傑) 중국 중산대 교수는 “과거 캐나다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위한 ‘선봉대’ 역할을 했지만, 미국의 대외 정책 조정으로 캐나다가 미국의 표적이 되면서 중·미 사이에서 전략적 운신의 폭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캐나다와 그린란드, 미국을 같은 색깔로 구분한 지도를 올리며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쑨 교수는 “국제 정세와 강대국 정치의 심각한 변화 속에서 적지 않은 국가의 외교정책이 더욱 유연하고 실용적이 되면서 기존의 이데올로기에 기반을 둔 ‘편 나누기’ 사고를 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캐나다와 중국의 관세 맞교환은 카니 총리와 중국의 상무부가 각각 발표했다. 16일 심야에 중국 상무부 미주·대양주 국장은 “캐나다가 2024년 중국산 전기차에 100% 추가관세를 부과해 중국의 전기차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며 “이번 관세 조정에 따라 캐나다는 중국에 연간 4만9000대의 전기차 수출 쿼터를 부여하고, 6.1%의 최혜국대우(MVN)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앞서 기자회견에서 “3월 1일부터 중국은 캐나다 캐놀라 씨 관세를 현재 84%에서 15%로 낮출 것”이며 “캐놀라 껍질, 바닷가재, 킹크랩, 완두콩이 최소한 올해 말까지 차별 금지 관세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캐나다에 30억 달러의 수출 주문을 기대할 수 있다며 오는 2030년까지 대중국 수출을 50%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신경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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