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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한 채' 세금 올리나? 與 "협의 없었다" 野 "그게 본심"

중앙일보

2026.01.18 00:07 2026.01.18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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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 그룹 사장단과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삼성·SK·현대차·LG 등 10대 그룹 사장단과 만나 올해 투자·고용 계획을 논의한다. 뉴스 1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난색을 표했다.

김 실장은 지난 16일 공개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소득세 누진제도는 오랜 기간에 걸쳐 상당히 정교하게 갖춰나갔다. 그런데 보유세나 양도소득세 등은 그렇지 않다”며 “같은 한 채라도 20억, 30억, 40억원 등 구간을 더 촘촘히 해 보유세를 다르게 적용하자는 제안이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의 발언은 ▶6억원 이하 ▶12억원 이하 ▶25억원 이하 ▶50억원 이하 ▶94억원 이하 등으로 나뉜 보유세 과세표준 구간을 더 촘촘히 나눠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김 실장의 인터뷰가 보도되자 가입자 226만명에 육박하는 네이버 카페 ‘부동산스터디’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김용범 실장 어디 사냐”“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네”“양도세는 집값만 오를텐데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등 부정적 반응이 쏟아지는 등 작지 않는 파장이 일었다.

그러자 민주당은 18일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다”(박수현 수석대변인)며 진화에 나섰다. 박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 실장의 발언은 부동산 공급 대책이 잘 마련돼 있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이라며 “본격적으로 세제를 개편하겠다는 선언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유세·양도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 제가 이 자리에서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제 개편 논의 여부와 방향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지난해 7월 3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터져나왔다. 원내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순수한 개인으로서의 발언은 아닌 것 같고, 여론의 반응을 보려는 의도가 아닐까 해석된다”며 “놀라기는 했다.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닌 만큼 별도로 반응하지 않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관료 출신 한 의원도 “과거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높여 똘똘한 한 채를 키운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똘똘한 한 채를 타겟팅한다면 정부에 대한 시장 불신은 커질 것”이라며 “국민들이 납득할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방선거를 앞둔 출마 예정자들은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한 민주당 인사는 “아이디어 차원이라고는 했지만 세율을 높이는 건 신중해야 하는 문제”라며 “과세로 집값을 낮추려다 실패한 전례가 있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이어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하는데, 똘똘한 한 채 값이 계속 올라간다고 해도 소득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선 기존 세제를 크게 흔들지 않는 게 좋아 보인다”고 했다.

차준홍 기자
반면에 나올 때가 돼서 나온 발언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민주당의 수도권 3선 의원은 “정부에서는 조세 형평성, 집값 안정 등을 위해 꾸준히 보유세 강화를 검토해왔던 걸로 안다. 연구 용역도 맡겼다”며 “다만 당에서 반대 입장을 피력했기에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김 실장의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실장의 발언 의도는 잘 모르겠으나, 내부적으로 세금과 관련해서 진지하게 검토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세금으로 무리하게 집값 잡는 데 대한 부작용을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으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의 세금 인상 시사 발언을 두고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내에서 보유세 등 부동산 세금을 높이는 방안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이번에 본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 공급 확대 방안은 뚜렷하지 않은데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세금만 늘리는 ‘규제 일변도’만 고집하는 건 적절한 대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오소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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