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무장의 핵심 국가로 꼽히는 독일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군 전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군 복무를 꺼리는 Z세대의 회의적인 태도로 모병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은 2011년 징병제를 폐지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안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군 재무장 정책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징병제 부활을 염두에 두고 올해 1월 1일부터 새로운 군 복무 제도를 도입했다.
새 제도는 자원입대를 원칙으로 하되, 병력이 부족할 경우 강제 징집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이달부터 2008년생 남녀 약 70만명을 대상으로 신체 조건과 복무 의사를 묻는 설문지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응답 의무는 남성에게만 있으며, 이들은 복무 의사와 관계없이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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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선 10대들…“전쟁 나면 독일 떠난다”
그러나 새 군 복무 제도를 둘러싼 반발도 거세다. 지난해 말부터 독일 전역에서는 수만 명의 10대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시위에 참여한 한 16세 학생은 “전장에서 죽느니 차라리 러시아 점령하에 살겠다”고 말했고, 그의 친구인 17세 학생은 “전쟁이 나면 독일을 떠나 외국 조부모 댁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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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연금 위한 희생”…세대 갈등으로 번진 군 복무
청년들은 불투명한 취업 전망과 높은 생활비 속에서 군 복무가 기성세대를 위한 일방적 희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는 “연방 예산의 4분의 1을 노인 연금 지급에 쏟아붓는 국가를 위해 왜 우리가 희생해야 하는가”라는 구호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WSJ은 “군대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은 정치보다는 경제 문제에 가깝다”며 “젊은 세대는 ‘군 복무로 내가 얻는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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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인상에도 냉담…‘군대 고령화’ 가속
독일 정부는 Z세대의 불만을 의식해 입대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새 제도에 따라 자원입대한 신병은 월급으로 최대 3144달러(약 463만원)를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존보다 932달러 인상된 수준이다.
그럼에도 신규 입대자는 전역자와 퇴역자를 간신히 보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독일군 내 ‘군대 고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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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6만명 필요하지만…현실은 ‘목표 하향’
독일은 당초 병력 확충 목표를 낮춰 잡았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올해 신병 2만명 등록을 목표로 제시했다. 독일 국방부는 이와 별도로 군인 1만3500명을 추가 모집하길 희망하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18만4000명인 현역병 규모를 2035년까지 26만명으로 늘리겠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려면 매년 6만∼7만명의 신병이 필요하다고 WSJ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