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전세 임차권을 설정한 세종시 아파트에 장남이 무상으로 거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추가 정황이 파악됐다.
18일 기획예산처가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와 아들은 2023년 9월 4일 이 후보자를 주택임차인(갑), 아들을 주택사용인(을)으로 하는 주택 사용료 지불 서약서를 작성했다.
이 서약서에는 “‘갑’은 ‘을’에게 위 주택의 사용을 허락하고 전세보증금의 이자에 상응하는 사용료를 받기로 한다. 다만, 사용료는 ‘을’이 결혼해 분가하는 시점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일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월 사용료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합의된 금액은 월 40만원이었다고 한다. 이 아파트의 전세금은 1억6530만원이다.
이 후보자의 장남은 2023년 8월 세종시 소재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취업하면서 이 아파트에 거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무상 거주 의혹이 제기되자 이 후보자는 지난 6일 “후보자 명의로 임차한 세종시 전세 아파트에 장남이 거주하고 있지만, 매월 전세 사용료를 정상적으로 납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은행 거래 내역을 보면 이 같은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이 드러난다. 아들 명의 계좌에서 이 후보자 명의 계좌로 27개월 치 월세에 해당하는 1080만원이 지난달 21일 한꺼번에 입금된 것이다. 이는 장관 후보자 지명일인 지난달 28일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이다.
계약 이행 여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서약서에 따르면 사용료는 분가 시점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지급돼야 하지만, 아들이 서울 용산구 아파트로 전입 신고한 시점은 지난해 4월로, 늦어도 지난해 7월까지는 사용료가 완납돼야 했다. 실제 입금 시점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지명 발표를 나흘 앞둔 지난달 24일 동일한 내용의 주택 사용료 지불 서약서가 다시 작성된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두 번째 서약서에는 ‘2026년 1월 4일부터 갑은 을에게 월 40만원의 사용료를 받는다’는 문구만 추가됐을 뿐, 기존 서약서와 큰 차이는 없다. 이를 두고 무상 거주 비판을 의식해 급히 서류를 보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천하람 의원은 “지명 발표 직전에 급조한 서류로 국민을 속일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냐”며 “이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만큼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야 재경위원들은 지난 13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19일 열기로 합의했지만,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가 자료 제출에 충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청문회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이미 19일 개최 일정을 의결한 만큼 일단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민의힘이 보이콧 입장을 고수할 경우 민주당의 단독 개최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