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부’는 ‘바둑 황제’ 조훈현 9단과 그의 제자 이창호 9단의 삶을 담았다. 바둑 영화지만, 동시에 인생 영화다. 자신의 한계, 자존심, 두려움과 싸우는 두 사람의 승부가 펼쳐진다. 바둑판 위의 승패와 사제 간의 긴장, 피할 수 없는 순간들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승부’라는 제목은 영화가 보여 주고 싶은 핵심을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승부’는 “이김과 짐”이다. 비슷한 말은 ‘승패’다. ‘승패’의 사전적 의미는 “승리와 패배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승부’와 조금 다른 듯 보이지만 차이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쓰임에서도 둘은 쉽게 넘나든다.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에서 ‘승부’ 대신 ‘승패’를 넣어도 전혀 상관이 없다. 다음 문장들에서도 ‘승부’ ‘승패’ 무엇을 넣어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승부(승패)를 예측하기 어렵다.” “승부(승패)를 떠난 경기였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승부’와 ‘승패’가 같이 쓰이는 건 아니다. “승부를 걸었다”는 자연스럽지만 “승패를 걸었다”고 하면 뭔가 어색해 보인다. “승부를 내”라고는 하지만 “승패를 내”라곤 하지 않는다. 이처럼 ‘걸다’ ‘내다’ 같은 단어는 ‘승부’와만 잘 어울린다. ‘승부’에 “이김과 짐”이란 본래 의미 외에 다른 뜻도 있다는 얘기다.
‘승부’에는 ‘겨루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결과만이 아니라 승패를 결정하는 ‘과정’이 들어 있다. 그래서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에선 더더욱 ‘승패’가 ‘승부’를 대신할 수 없다. 과정이 중요했기에 영화 제목도 ‘승부’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