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ure makes diamonds(다이아몬드도 엄청난 압력이 있어야 만들어진다).”
국제스키연맹(FIS)은 18일(한국시간) 인스타그램 계정에 최가온 경기 영상을 올리며 그녀를 다이아몬드에 비유했다. “2년 전 락스(스위스)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해 일 년 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그녀는 더 강해져 이곳에 돌아왔다. 압박 속에서도 최고 기량을 펼치는 명성을 증명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최가온는 이날 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2.50점을 기록, 2위 구도 리세(일본·82.75점)를 9점 차로 제치고 압도적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장소인 스위스 락스는 지난 2024년 1월 그가 1080도 회전 기술을 연습하다 큰 부상을 당한 곳이다. 당시 헬기로 병원에 긴급 이송 됐는데, 척추가 부러져 핀을 박아야 했다. 이후 총 3차례 수술을 받았다. 선수 자신은 “병원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는데, 한 순간에 모든 게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고한 적이 있다.
흔들리는 마음을 “내 삶에 스노보드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며 다잡은 그는 1년 뒤인 지난해 1월 악몽 같은 부상을 안긴 장소를 복귀 무대로 삼아 동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다시 1년이 지난 이번엔 똑같은 곳에서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하프파이프는 U자 모양의 반 원통형 슬로프를 가로질러 내려오면서 점프와 회전의 완성도를 겨루는 종목이다. 최가온은 1차 시기에 21.25점에 그쳤다. 크게 넘어져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2차 시기에선 엄청난 도약에 이은 고난도 기술과 깔끔한 착지까지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프론트사이드 1080 멜랑(정면을 보고 3바퀴 회전하며 보드 잡기)을 포함해 5차례 점프를 모두 성공했다.
최가온은 14세 때 여자 선수 최초로 ‘스위치 백나인(주행 반대 방향으로 공중에 떠올라 두 바퀴 반 회전)’을 성공해 주목 받았다. 남자 선수들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고난이도 기술이다. 반 바퀴를 더 돌아 세 바퀴를 회전하는 ‘스위치 백텐’도 연마 중인데, 여자 선수 중 실전에서 이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는 아직 없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처럼, 그는 올 시즌 월드컵 무대에서 시상대의 ‘가온(중심·가운데)’에 잇따라 섰다. 지난달 중국 시크릿 가든에서 열린 월드컵 개막전에서 우승했고, 이어진 미국 코퍼 마운틴 월드컵도 제패했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개막을 3주 앞두고 이번 대회까지 묶어 월드컵에서 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최가온은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고, 자신감도 더 차오른다”고 했다.
지난 2018년과 2022년 올림픽에서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한 재미교포 클로이 김(26)은 최근 어깨 관절 와순이 파열돼 이번 월드컵에 불참했다. 올림픽 출전은 가능할 것으로 보여 최가온이 롤 모델이자 경쟁자인 클로이 김과 올림픽에서 정면 승부를 펼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최가온은 2008년 11월생으로 만 17세 여고생이다. 올림픽 후 만나고 싶은 인물로 지드래곤과 아이돌그룹 코르티스를 꼽는다.
FIS는 ‘10대 천재(Teenage phenom)’라 표현했지만, 최가온의 재능은 ‘노력’의 산물이다. 그는 새벽 6시30분 기상 후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한 뒤, 자동차와 곤돌라를 타고 1시간 정도 이동해 슬로프에 도착한다. 공중기술과 착지 연습을 하고 오후 2~3시경 하산한 이후엔 영상 분석과 이미지트레이닝, 복근 운동으로 이어간다.
군인이 총을 다루듯 스노보드도 세심하게 관리한다. 최가온은 “보드는 버튼(Burton)의 필굿 모델을 쓴다. 사이즈(길이)는 149㎝다. 보통 2~3개를 준비해 다니며, 파이프 상태를 고려해 대회별로 선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