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로젝트 Y’(21일 개봉)는 배우 한소희(33)의 연기 커리어에 변곡점이 되는 작품이다.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또래 배우 전종서와 지금이 아니면 시도하기 힘든 캐릭터를 소화해냈다는 점에서다.
영화는 화류계의 두 여성 미선(한소희)과 도경(전종서)이 새로운 삶을 위해 악착같이 모은 돈을 사기로 잃은 뒤, 우연히 검은 돈과 금괴를 손에 넣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오락물이다.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여성 버디 누아르라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데 이어, 런던아시아 영화제 경쟁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지난 16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한소희는 “내 얼굴과 연기를 큰 스크린으로 보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며 “한소희와 전종서의 얼굴을 한 프레임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다신 없을 수도 있기에 이 작품을 꼭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둘은 영화 출연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한소희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전종서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한소희는 “영화 ‘버닝’ 때부터 전종서의 연기를 너무 좋아했고, 어떤 태도로 작품에 임하는지 묻고 싶었다”며 “직접 만난 이후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전종서와 함께 연기할 수 있어 이 작품을 선택했다”며 “둘이 같이 연기할 때 어떤 시너지가 날까 궁금했다”고 했다.
미선은 술집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에이스’지만, 제2의 인생을 위해 모아둔 돈을 사기로 몽땅 날리며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한소희는 미선과 도경이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 같은 사이지만, 성격은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말했다.
“도경이 한탕을 쫓는 인물이라면, 미선은 목표를 향해 계획적으로 인생을 개척해가는 성격이에요.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완전히 달라요. 어리숙하면서도 감정적인 부분이 있는 미선의 내면을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극단적인 상황, 거친 욕설, 잔혹한 액션 등을 소화해야 하는 밑바닥 인생 서사는 영화 신인으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한소희는 “나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았던 시절을 겪어서 미선 캐릭터에 내 자신을 투영하기도 했다”며 “책임감을 갖고 일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자세가 나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이어 “삶이 힘들거나 편부(편모) 캐릭터의 대본들이 많이 들어온다”며 “고난과 역경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어서 평범한 삶보다는 안 좋은 상황을 극복해가는 인물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맨날 싸우고 깨지고 우는 게 힘들어서 부잣집 딸 같은 역할을 맡고 싶기도 하다”며 웃었다.
그는 미선과 도경이 남성 빌런에 맞서는 장면에서 전종서와 함께 구체적인 액션 신을 설계한 게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했다.
“물리적인 힘은 딸리지만, 둘이니까 할 수 있는 액션을 함께 만들어냈다”면서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 등 액션물을 많이 해서 일반적인 액션은 대역 없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작품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질 것 같다고 했다. “이 영화를 찍고 나니, 이젠 어떤 대본이 와도 용기 있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 리메이크인 ‘인턴’ 촬영을 마쳤다는 그는 “함께 출연한 최민식 선배님 덕분에 마음 근육을 쓰는 연기가 조금 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