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기반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의 설립자인 마흐무드 아미리 모그하담(53) 대표는 최근 이란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당국의 유혈 진압을 이렇게 규정했다. 지난 16일 중앙일보와 줌(Zoom)으로 가진 인터뷰에서다.
그는 “이란 정부가 인터넷을 전면 차단한 이후 단 이틀 만에 최소 3379명이 사망했다”며 “현재(16일)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최소 3428명으로,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통해 직접 검증된 절대적인 최소치”라고 밝혔다. 또 다른 미국 기반 인권단체 이란인권활동가뉴스에이전시(HRANA)는 17일(현지시간) 사망자가 총 330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아미리 모그하담 대표는 이란 출생의 노르웨이·이란 이중국적자로, 자신이 2005년 설립한 IHR을 통해 최근 이란 시위 사망자 집계와 인권 침해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다. 현직 오슬로대 의과대학 교수이자 신경과 전문의인 그는 이란 내 사형 집행과 국가 폭력 문제를 장기간 추적·기록해 온 인권활동가로, 2007년 노르웨이 국제앰네스티 인권상을 받았다.
이란 전역에서는 지난 8일부터 인터넷과 통신망이 사실상 차단돼 외부와의 직접적인 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IHR은 병원·보건 부문 내부 소식통과 해외로 빠져나온 이란인들이 유전전화 등으로 파악한 내부 상황 등을 토대로 피해 규모를 파악한다. 이 같은 수치는 최근 한국 언론은 물론 주요 외신에서도 잇따라 인용되고 있다.
아미리 모그하담 대표는 “사망 장소와 정황이 최소 두 개 이상의 독립된 출처로 교차 확인돼야만 공식 통계에 반영한다”고 했다. 다만 “현장 보고를 종합하면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크다”며 “최대 2만 명 사망설(16일 AFP통신) 역시 비현실적인 수치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우발적인 충돌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되고 조직된 진압 작전이라는 정황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K-47 자동소총과 중기관총 등 군용 무기가 사용됐고, 건물 옥상이나 차량 위에서 시위대를 향한 사격이 이뤄졌다”며 “경무기부터 군용 중화기까지 모든 수단이 동원됐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의 95% 이상은 실탄에 의한 사망으로 파악됐으며 공기소총의 일종인 펠릿건에 맞아 쓰러진 뒤 다시 머리에 실탄을 맞은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폭력은 총격에만 그치지 않았다. 무장한 보안 인력이 시위대를 향해 총기를 사용하는 장면뿐 아니라 곤봉과 칼로 보이는 흉기가 동원되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아미리 모그하담 대표가 “사실로 확인된 영상”이라며 기자에게 언급한 이란 블로거의 X(옛 트위터) 계정에는 이러한 장면이 담긴 영상이 게시돼 있다.
학살은 테헤란 등 대도시에 국한되지 않고 소도시와 농촌 등 이란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당국이 시신 매장 장소를 제한하거나 장례식 자체를 금지한 사례도 많다. IHR이 최근 확인한 내용 가운데는 북부 소도시 토네카본에서 발생한 28세 여성 네긴 가디미 사망도 포함돼 있다. 아미리 모그하담 대표는 “네긴은 아버지와 함께 평화 시위에 참여했다가 실탄에 맞았고, 병원으로 옮길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아버지의 품에서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이 차단된 상황에서 시민들은 외부에 구조를 요청할 수단조차 잃었다”며 “국제사회가 독립적인 조사와 책임자 규명에 나서지 않는다면 학살은 계속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란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혁명이 아니라, 단지 두려움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삶”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