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사설] 백화점 의혹 이혜훈, 여야는 청문회 검증마저 포기할 건가

중앙일보

2026.01.18 07:3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청문회 보이콧한 야당, 국민이 준 의무 무시하는 행위



여당도 답 정해둔 요식절차로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어제(18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청문회를 거부했다. “아무도 수긍할 수 없는 거짓 해명 쇼는 열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야당은 갑질, 부동산 투기, 아파트 부정 청약 등 이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 관련 자료를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은 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제대로 된 청문회를 어렵게 만드는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국민의힘의 불만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국민 입장에선 어이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1일 1 의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리 의혹이 쏟아진 장관 후보자는 누가 검증한단 말인가. 국민 대신 매의 눈으로 검증하라는 게 제1 야당에 국민이 지운 책임이자 의무 아닌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지난 16일 “이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가 아닌 수사 대상”이라며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청문회 진행을 거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원장 없이 국회법에 따라 민주당만 참여하는 청문회를 개최할 태세다. 대통령 거수기 역할만 할 게 뻔한 ‘단독 청문회’를 아무렇지 않게 거론하는 여당에 인사청문 제도의 취지는 안중에 없어 보인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해명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는데, 국민을 두 번 화나게 하는 ‘해명 쇼’가 될 판이다. 책임의 화살은 정부·여당에도 돌아올 게 뻔하다.

‘의혹 백화점’이 펼쳐진 책임은 자기 관리에 실패한 이 후보자 자신에게 있다. 국회 인턴에게 폭언하는 갑질 의혹, 영종도 일대 부동산 투기 의혹, 서울 강남 아파트 부정 청약 의혹, 수사 무마 청탁 의혹이 담긴 비망록 등이 드러났다. 자녀의 대입·병역·취업 특혜 의혹도 이어졌다. 청문회에서 하나하나 현미경 검증을 해야 할 사안들이다. 청와대의 검증 실패도 점검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에서 다섯 번이나 공천받으신 분”이라는 식의 해명은 비겁한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이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 인사의 중요한 함의를 품고 있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도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 대통령의 통합과 실용 의지를 담은 인사였다. 보수 성향의 경제 전문가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이 되면 과연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를 견제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런 도전적 상황을 극복할 자질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청문회를 통해 국민에게 검증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야당은 보이콧 대신 송곳 검증을 약속해야 하고, 여당은 답을 정해 둔 요식행위로 치부하지 말고 충실한 검증에 동참해야 한다. 국민 눈높이는 말로 맞추는 게 아니라 여야의 철저한 검증과 후보의 진정성으로만 맞출 수 있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