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초부터 관세전쟁 ‘시즌 2’에 들어갔다. 그린란드 지원 국가에 대한 보복성 관세, 이란 교역국에 대한 2차 관세, 반도체 관세까지 연일 엄포를 이어가면서다. 지난해와 달리 관세 협상 타결까지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1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의사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을 상대로 2월부터 10%, 6월부터 25%의 대미 관세를 각각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8개 국가는 18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덴마크, 그린란드와 전적으로 연대한다”며 “주권과 영토 보전의 원칙에 기반해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 위협은 대서양 관계를 훼손하고 위험한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단합된 자세로 대응하고 우리의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16일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국가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국·대만이 주요 반도체 생산국이란 점에서 두 국가에 100%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트럼프는 12일에도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 모든 거래에 대해 25%의 관세를 납부해야 한다.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고 발표했다. 이란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 등을 겨냥한 ‘2차 제재’를 통해 이란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다.
해외 언론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적법성에 대해 이르면 20일, 늦어도 2월 내 결론을 내릴 전망인 가운데 트럼프가 관세 부과 정책을 확대하는 점에 주목했다. 관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트럼프식 여론전’이란 해석이다. 트럼프는 최근 관세를 무효화할 경우 미국이 끝장날 것이라고 잇따라 경고했다. 16일에는 트루스 소셜에 자신의 사진과 함께 “관세 왕(The Tariff King)” “미스터 관세(Mister Tariff)”란 문구를 올렸다.
다만 올해는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 관세 폭탄을 떨어뜨린 지난해와 관세 부과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지난해 관세전쟁은 협상 타결(한국·일본·EU 등), 유예(중국)로 비교적 빠르게 정리됐지만 올해부터 관세 협상은 결론이 늦어질 수 있다”며 “이미 한 차례 트럼프와 협상을 겪은 세계 각국이 투자, 생산 이전, 안보 협력 등 복합 패키지를 들고 미국과 줄다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 부과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