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1년간 벌어진 일들에는 항상 ‘전례 없는(unprecedented)’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스스로 “미국을 다시 해방시킬 지도자”라고 규정했지만 해방보다 압박, 균열, 논란의 장면이 자주 펼쳐졌다. ‘트럼프 2기’ 1년을 상징하는 다섯 장면을 짚었다.
①세계 흔든 관세와 ‘TACO’=트럼프는 지난해 4월(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수입품에 최소 10%, 일부 국가에 최대 54%까지 관세를 매긴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세계 각국과 숨 가쁜 협상이 이어졌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 달러(약 516조원) 규모 대미 투자를 집행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한편 관세 엄포를 놓고 실제 집행을 미루는 등 물러서는 장면을 반복해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란 비판도 나왔다.
②이민 단속과 ‘NO KINGS’ 시위=관세로 외부를 흔들었다면, 이민 단속 정책은 내부를 흔든 이슈였다. 트럼프는 집권 초부터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며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동원해 스스로 규정한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강경 단속은 역풍을 불러왔다. ‘NO KINGS(왕은 없다)’ 구호를 앞세운 시위가 전국으로 번졌다. 조지아주에선 지난해 9월 LG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일하던 한국 국적 근로자의 체류 자격을 문제 삼아 300여 명을 구금했다가 추방했다. 최근에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이 민간인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해 항의 집회가 이어졌다.
③“동맹도 거래다”=트럼프는 동맹과 전통적인 외교 방식에도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다. 상징적 장면은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전을 논의하기 위해 유럽 주요국 지도자가 백악관을 찾았을 때 연출됐다. 러시아 측 요구를 대변한 트럼프의 모습은 더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맏형’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트럼프는 수시로 나토 회원국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라고 압박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북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한국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④논란 속 새긴 ‘트럼프’=트럼프는 정책 성과를 과시하는 것만큼이나 ‘이름’에 집착했다. 워싱턴DC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연장인 케네디센터의 이사회를 갈아엎고, 이름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바꿨다. 백악관 집무실에는 ‘대통령 명예의 거리’를 조성하고 역대 대통령 사진을 걸었는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우 얼굴사진 대신 ‘오토펜(자동 서명기)’ 사진을 걸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정책 결정뿐 아니라 국가를 기억하는 공간까지 장악하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⑤베네수엘라 공습=트럼프는 지난 2일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란 이름의 작전을 승인했다.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붙잡았다. 마약 단속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미국의 코앞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였다. 트럼프식 패권주의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국제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지만, 트럼프의 시선은 이미 다음 타깃인 그린란드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