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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저 운 좋은 사람인데”…‘낭만가객’ 멋쩍게 웃었다

중앙일보

2026.01.18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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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부터 데뷔 50주년 콘서트 무대에 서는 가수 최백호.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50년 세월 다 기억납니다. 서러울 때도 있었고, 상 복도 없었고. 후회한 적도 많죠. 강박적으로 (노래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가면 노래를 했을 거 같아요.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데뷔 50주년을 맞아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여는 가수 최백호(76)는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소탈한 고백을 앞세우는 그의 얼굴에, 머리칼처럼 새하얀 웃음이 번졌다.

가수 최백호가 오는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제주·경기·대전·경남에서 50주년 콘서트 무대에 선다. 공연 제목은 ‘낭만의 50년, 시간의 흔적을 노래하다’. 최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난 최백호는 ‘낭만 가객’ 별칭에 대해 “낭만적이지도 않고, 그저 운 좋은 사람”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Q : 어떻게 지냈나.
A :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작업실서 곡 쓰고 노래 부른다. 콘서트 앞두고 목소리를 열심히 다듬고 있다.”


Q : 좀 야위었다.
A : “비결핵성 항산균이라는, 아주 독한 약을 써야하는 병에 걸렸었다. 약을 먹었더니 두 달도 안 지나 15㎏이 빠지더라. 이제 완치는 됐다.”


Q : 목은 괜찮나.
A : “고음이 좀 떨어졌고, 대신에 거칠었던 목소리가 묘하게 변했다. 가성도 조금씩 된다.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딸 최솜이씨가 찍은 콘서트 포스터.
50년 전 그는 서울 청파동의 친구 집에 얹혀 사는 ‘기장(부산) 촌놈’이었다. 친구의 매형이 운영하던 부산의 호프집에서 돈 받고 노래하다 상경한 직후였다.


Q : 원래 노래하는 걸 좋아했나.
A : “스무 살,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극장 간판 그림 그리며 전전하던 시절 유일한 낙이 친구와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친구 매형이 월 3만원 줄테니 자신의 호프집에서 노래하라고 권했다. 골목에서 딩동대던 생초보 실력으로 무대에 섰다.”


Q : 가수는 어떻게 됐나.
A : “그 호프집에 들른 부산 MBC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하던 배경모 PD가 ‘더 큰 데서 노래해보겠냐’고 권했다. 부산 ‘틴 클럽’을 소개해줬고, 거기서 가수 하수영씨를 만나 친해졌다. 하수영씨가 서울로 올라가 데뷔한 후 나도 서울에 와 서라벌레코드에서 오디션을 봤다.”


Q : 첫 방송 무대 기억이 나나.
A : “1977년 TBC의 버라이어티쇼 ‘쇼쇼쇼’였던 것 같다. 그날 입고 나갈 양복이 없어 친구 옷을 빌려 입고 나갔는데 바지도 길고 소매가 맞지 않았다. 담당 PD가 내 모양을 보더니 드럼통 하나 가져오라고 해서 그 위에 웅크리고 앉아 노래하게 했다.”

그의 데뷔곡은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다.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라는 첫 소절로 유명한 발라드다. 연인을 향한 절절함인줄 알았는데, 실은 사모곡(思母曲)이었다.


Q :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
A : “세상에서 제일 씩씩하고 멋지고 예뻤던 분이셨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는 종종 시도 쓰셨다. 그 영향 때문인지 나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내 마음…’ 가사도 작고한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끼적인 글이 우연히 작곡가 최종혁을 만나 노랫말이 됐다.”


Q : 아버지(최원봉 제2대 국회의원)도 대단한 분이셨다.
A : “6·25 전쟁 중 어린 나를 보러 오시다 튀르키예군 트럭에 치여 돌아가셨다.”


Q : 어머니가 고생하셨겠다.
A : “어머니가 사택 딸린 학교에서 근무하며 우리 남매(1남2녀)를 키웠다. 천장으로 쥐가 몰려다니는 곳이었지만 행복했다. 누나들이 학교 가면, 나는 어머니 교실로 쫓아가서 수업 하는 어머니를 창문 너머로 들여다봤다. 국민학교 3학년 때인가 어머니가 전근을 가며, 작은누나와 나는 할아버지 집에 맡긴 적이 있다. 얼마 못 가 엄마를 보겠다며 누나 손을 잡고 철길 따라 걸어 가출을 했다. 엄마를 보자마자 엉엉 울고 드러누웠다.”

최백호의 인생에서 어머니만큼 중요한 사람이 아내 손소인씨다. 그는 “아내가 없으면 지금쯤 술 마시다 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히트곡 ‘낭만에 대하여’는 아내를 보며 ‘첫 사랑도 저렇게 어디선가 저렇게 살고 있겠지’라 생각하며 쓴 노래다. 그는 “다른 여자 떠올렸다고 기분 나쁠 법도 한데, 아내는 ‘덕분에 돈 벌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Q :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노래가 있나.
A : “우리나라 가요계서 50년 간 활동한 사람이 나 말곤 송창식, 나훈아, 조용필 정도다. 그래서 이들의 노래를 50주년 무대에서 들려드릴 계획이다. 행복하게 노래하는 76살 가수의 노래를 들으러 오시라. 여러분도 행복하게 해드리겠다.”


Q : 평소 ‘아흔 살까지 노래하겠다’고 했는데.
A : “그 때 부를 노래도 정해놨다. ‘박수’라는 노래인데, ‘나 죽거든 박수를 쳐주오, 삶의 시간들 칭찬해주오, 행복했으므로’ 이런 내용이다.”


Q : 죽음에 대해서도 고민하나.
A : “나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며 죽고싶단 다른 가수들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침대 위에 누워 잔소리 다 하고 죽고 싶다.(웃음)”





최민지(choi.minj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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