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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의 손길 간다"던 트럼프 돌변…이란 시위 나선 가장 숨졌다

중앙일보

2026.01.18 08:42 2026.01.1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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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스라에 있는 이란 영사관 앞에서 이라크 시아파 무장 단체 지지자들이 이란 정부와의 연대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를 불태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반정부 시위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을 기대했던 이란 시민들 사이에 실망과 배신감이 확산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정부의 강경 진압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을 기대하며 거리로 나섰던 이란 주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태도를 바꾸자 좌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미국의 지원을 시사하며 행동을 촉구했지만 이후 실제 조치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시위대의 기대는 무너졌다는 평가다.




“계속 시위하라”…기대 키운 트럼프 발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애국자들이여, 계속 시위하라. 여러분들의 (정부) 기관들을 점령하라”며 “도움의 손길이 가고 있다”고 적었다.

이 발언 이후 이란 내 시위는 한층 격화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을 보류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에서 살인이 중단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여전히 높지만, 현재로서는 대규모 처형 계획이 없는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이란 영사관 인근에서 열린 친이란 정부 집회에서 시위대가 임시로 제작한 이스라엘 국기에 불을 지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약속 믿고 거리로 나섰다 숨진 가장

이 같은 상황 속에서 12살 아들을 둔 시아바시 시르자드(38)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믿고 시위에 참여했다가 당국의 총격으로 숨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족들은 위험하다며 만류했지만, 그는 ‘트럼프가 우리를 돕는다고 했다’며 집을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시위가 있었지만,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시위대를 지지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해외 이란인들 “뺨 맞은 기분”

해외에 거주하는 이란인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입장 선회가 결과적으로 이란 정권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는 한 이란인은 “해외 거주 이란인으로서 이번 일은 마치 뺨을 맞은 기분”이라며 “예전에도 실망한 적이 있지만, 이번엔 다를 거라 기대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권에 구명줄을 건넨다면, 이는 평범한 이란인들에게 극심한 배신이 될 것”이라며 “모든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수만 명이 모였던 테헤란의 거리에는 현재 인적이 끊겼고 검은 제복을 입은 진압 경찰들이 배치돼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상점들은 문을 열었지만 손님은 거의 없고, 인터넷 차단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트럼프 관심 멀어지면 사형 시작될 것”

테헤란 외곽 지역에서는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이 차단돼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테헤란의 한 주민은 “대규모 체포가 진행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향하는 순간, 사형 집행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이란 정부의 시위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집회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영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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