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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샤오펑 자율주행 갖다 쓰시죠” 정의선, 송창현 이 말에 격노했다

중앙일보

2026.01.18 12:00 2026.01.1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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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일 사내에서 진행된 온라인 신년회에서 "AI 역량을 내재화하지 못한 기업은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연구2 : 자율주행


지난해 여름 어느 날,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회장 집무실. 공기는 유난히 무거웠다.

현대차그룹의 SDV(소프트웨어정의차량) 전환과 자율주행의 전권을 쥐고 있던 송창현 당시 사장(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 들고 온 보고서는 정의선 회장의 인내심을 임계점까지 밀어붙였다.

“회장님, 현재 우리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중국 샤오펑(XPENG)의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샤오펑.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에 견줄만한 자율주행 솔루션 ‘XNGP’를 자체 개발한 업력 11년 차 ‘괴물’. 2000만원 대 보급형에도 고성능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해 중국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흔든 기업. 송 사장은 테슬라를 추격할 ‘지렛대’로 샤오펑에 기대를 걸었다. 이를 정 회장도 이해할 거라 믿은 걸까.

하지만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정 회장은 격노했다. 차분한 성품의 정 회장이 다른 사람도 아닌, 송 사장에게 이렇게까지 화를 낸 적은 없었다.

“그날 송 사장이 회장에게 엄청나게 깨졌다고 해요. 무한한 신뢰를 보냈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했는데, 그 결과가 중국 기술 수입이라니. 정 회장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포티투닷 전직 임원 A씨의 말이다.

당시 송 사장이 샤오펑과의 협업 범위를 중국 출시 차량에 한정했는지, 국내 판매용 차량에도 적용하자고 했는지에 대해선 관계자들의 말이 다소 엇갈린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했다. 송 사장의 샤오펑 보고가 정 회장이 주문한 ‘기술 내재화’라는 대전제에 근본적인 균열을 냈다는 점이다. 독자적인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는 그룹의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일종의 ‘자백’이자, 중국 업체의 기술력에 기대겠는 ‘후퇴’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11월 광저우 샤오펑 본사에서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전기차 P7 등을 관람객들이 시승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돌아보면, 정 회장이 그럴만도 했다.

2019년 송 사장이 네이버 퇴사 후 창업한 포티투닷(42dot)에 현대차는 20억원을 투자했다. 갓 설립된 스타트업에 정 회장이 시드투자자(종잣돈 투자)로 나선 건 송 사장 한 사람 때문이었다. 정 회장은 ‘소프트웨어가 자동차 제조업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송 사장의 통찰을 오래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후 정 회장은 삼고초려 끝에 2021년 송 사장을 현대차그룹에 영입했고, 이듬해엔 현대차·기아가 4300억원을 공동 투자해 포티투닷 지분 93.2%를 인수해 그룹 자회사로 들였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창업 4년차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에 기업가치 5700억원을 인정한 건, 시행착오를 줄일 시간과 소프트웨어 인재에 대해 값을 치른다는 의미였다. 이후 정 회장은 2024년 그룹 내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한데 모은 AVP본부를 만들어 송 사장에게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전권을 줬다.

포티투닷에만 누적 1조 5397억 원(2025년 8월 기준)을 투입했고,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맡겼는데 그 결과가 ‘중국 기술과 협업해야 한다’는 보고라니⋯. 정 회장은 깊은 배신감을 느꼈을 터였다.

2019년 4월 19일 당시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던 정의선 회장과 당시 코드42 대표이던 송창현 전 현대차그룹 AVP본부장(사장)이 서울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서울에서 만나 미래 모빌리티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기념 촬영한 모습. 사진 현대차그룹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3일. 송 사장은 정의선 회장과 면담을 마친 이후 포티투닷 임직원에게 현대차그룹을 떠난다는 이메일 보냈다. 그는 “테크 스타트업과 레거시 산업의 회사 사이에서 수도 없이 충돌했다” “보이지 않는 수도 없는 벽에 부딪혔다”라며 그간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미래차 전환을 이끈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내비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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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펑 자율주행 갖다쓰시죠" 송창현 이말, 정의선 격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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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중앙플러스 [현대차연구2 :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선굵은 인사를 잇따라 내고 있습니다. R&D 본부장에 애플카 프로젝트 출신을 앉힌 데 이어, 자율주행 기술개발 사령탑까지 교체했습니다. 지난 13일 엔비디아 부사장 출신 박민우(49) 사장을 AVP(첨단차플랫폼)본부장에 선임한 겁니다. 전임 송창현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후 41일 만입니다.

박 사장은 테슬라 오토파일럿의 초기 설계자이자, 직전까지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상용화를 주도한 인물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를 이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죠. 사실 이는 급변침입니다. 지난 수년간 현대차그룹이 공 들인 기존 자율주행 모델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단 의미거든요.


정 회장은 왜, 그토록 신뢰했던 자율주행 사령탑을 교체했을까요. 테슬라가 한국에 버젓이 자율주행 기술을 출시할 때까지 현대차그룹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더중앙플러스가 [현대차연구] [정의선연구]에서 현대차그룹의 리더십을 분석한 데 이어, [현대차연구2 : 자율주행]에서 그룹 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 비화와 갈등을 파헤치고,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진단합니다.

① “샤오펑 자율주행 갖다쓰시죠” 정의선, 송창현 이 말에 격노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8409




김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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