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당원게시판 의혹’과 지도부의 제명으로 인한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 장동혁 대표의 선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징계 취소, 수위 조절, 제명 강행 등이 선택지로 거론된다.
일단 한 전 대표를 제명하지 않고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방법이 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당 윤리위원회(위원장 윤민우 가천대 교수)의 징계안을 의결하지 않는 것이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이 기회에 제명 논란을 끝내야 내분을 추스르고 보수 야권 연대를 구축해 대여 투쟁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장 대표의 단식 현장을 격려 차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도 “무도한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멈추려면 보수의 힘이 강해져야 한다. 보수가 커지는 데 방향이 초점 맞춰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달라는 취지의 말을 드렸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의 사과에 대해선 “당의 화합을 위한 바탕이 마련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럴 경우 문제는 장 대표를 떠받치고 있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당원게시판 의혹에 대한 ‘원칙적 처리’를 강조하며 강성 지지층의 호응을 얻었다. 징계가 무산되면 이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영남 중진 의원은 “가뜩이나 정치적 기반이 넓지 않은 장 대표 입장에선 가장 확실한 우군이 이탈하는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적을 박탈하는 제명 대신 징계 수위를 낮추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제명 외의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가 있다. 당내에선 경고 수준이라면 파국은 피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최고위가 임의로 징계 수위를 낮출 수 없고, 한 전 대표가 윤리위에 재심을 청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야권 관계자는 “한 전 대표는 윤리위가 조사 결과를 조작했다고 주장 중이라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화약고의 폭발 가능성은 남게 된다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가 제명 확정은 보류하되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한 전 대표의 재심 청구와 소명을 거듭 요구하면서 긴장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날 신동욱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한 전 대표가 소명하는 방식으로 의혹을 검증하는 걸 제안했는데,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합리적 제안이다. 한 전 대표가 이런 검증에 임할 지도 지켜봐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의 사과를 “결국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사과는 생략됐다”(당 관계자)고 평가하는 당권파의 시선과도 같은 맥락이다. 지도부 관계자도 “의혹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는데 무작정 통합하라고 하는 게 의미가 있겠느냐”며 “그랬다가는 당내 분란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심 청구는 이달 24일까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제명 논란이 여권발 악재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돼 간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한 전 대표 제명 논란이 불거진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구글 트렌드 평균 지수를 살펴보면 ‘한동훈’은 33으로 ‘김경’(12), ‘김병기’(11), ‘이혜훈’(7) 등 여권발 논란을 모두 압도했다. 제명 논란이 전인 9일~13일에는 김경(46), 이혜훈(46), 김병기(45)의 구글 트렌드 지수가 한동훈(33)을 앞섰는데 뒤집힌 것이다. 구글트렌드는 검색한 단어의 언급량을 지수화한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다. 지난 16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2%포인트 하락한 24%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도 각각 2%포인트와 4%포인트씩 떨어졌지만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제명 논란으로 내홍이 커지면 지방선거 준비는 물론이고 선거 패배도 불 보듯 뻔하다”며 “양쪽 다 공멸의 길로 가지 않도록 정치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