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를 찌를 뿐인데 (각종 균이) 옮겨질까 싶죠? 무심코 한 행동으로도 에이즈 같은 감염병을 옮길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의협) 주관 문신사 위생안전교육 현장. 강연자로 선 이재만 의협 정책이사는 문신 시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것은 그 자체로 굉장히 위험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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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장본인 의사" 나타난 문신사 교육 현장
이날 교육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 제정안이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열린 대한문신사중앙회(이하 중앙회) 차원의 경기도 지역 첫 공식 교육이다. 해당 법안 통과로 문신사들은 33년 만에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앙회는 그동안에도 위생 교육을 이어왔지만, 내년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교육의 성격과 내용을 한층 강화했다. 서울 명동에서 교육을 들으러 왔다는 반영구화장 시술 문신사 김병희씨는 "직업적으로 인정을 받은 만큼 이제는 떳떳하게 시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의료인의 문신행위 합법화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피부를 침습하는 행위는 의료인의 고유 영역이라는 판단에 따라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의협은 지난해 8월 문신사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하자 "의료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천만한 입법 시도"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이날 교육장에는 의협 정책이사 2명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강단에 올랐다. 이재만 이사는 "(문신사법 통과는) '죽어도 안 된다'며 반대했던 장본인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현장에서는 시술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며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자는 방향으로 (의료계가)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와 문신사) 두 직역 간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이 컸다"라면서도 자리에 앉아 있는 문신사들을 향해 "이제는 국가가 자격을 주는 사람이다. 어깨를 펴도 된다"고 덕담을 건넸다.
문신사법은 국시에 합격해 면허를 취득한 사람에게만 문신 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염 관련 강의를 맡은 김강현 의협 재무이사 겸 정책이사는 "문신 시술을 하다 보면 보균자나 감염자를 만날 수 있고, 접촉 과정에서 (감염병을) 옮길 수도 옮을 수도 있다"며 "감염을 피하는 것은 결국 안전의 문제고, 안전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의협 이사들은 이날 기자와 만나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에서 교육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문신사법 제정은 비의료인 위주로 대중화한 문신 시장을 더는 외면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반영된 조치로 평가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반영구 화장을 포함한 문신 시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1300만 명, 문신사는 35만 명으로 추산된다.
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교육에는 문신사 140여명이 참석했다. 5시간 동안 이어진 강의에서 문신사들은 강의 내용을 사진으로 촬영하거나 필기하며 집중했다. 30년 가까이 문신사로 활동했다는 김동복씨는 "작업할 때 쓰는 조명까지 소독해야 하는지 미처 몰랐다"라며 "이번 교육을 계기로 위생에 대한 책임감을 더 크게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10월 29일 법 시행 전까지 제도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하위 법령 마련 등은 과제로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말 문신사 국시를 도입할 계획이다. 국시가 본격적으로 치러지더라도 법 시행 후 최대 2년까지는 기존 문신사에게 임시 등록이나 면허 취득 유예와 같은 특례가 주어질 예정이다. 이 기간 문신 행위는 '회색 지대'에 놓이게 된다.
임보란 중앙회 회장은 "합법화를 아무 제약 없이 시술할 수 있다는 뜻으로 오해하는 일부 문신사가 있지만, 어렵게 얻은 권리인 만큼 책임이 반드시 따른다는 마음으로 법 시행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