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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법 밖 노동자 위한 일법 패키지, 노동절 맞춰 입법"

중앙일보

2026.01.18 12:00 2026.01.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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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고용노동부가 약 870만 명에 이르는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을 규율하기 위한 ‘일법 패키지’를 추진한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 장관은 “법의 보호 밖에 놓인 노동자가 800만 명을 넘는다는 것은 일터에서 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일법 패키지는 이재명 정부의 1호 노동법안으로, 이르면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법 패키지’는 일단 모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반증하도록 하는 ‘근로자 추정제’와, 그래도 근로자가 되지 못한 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규정을 담은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이하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포괄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 강행 규정이 일괄 적용된다. 근로자 추정제 도입 시 다수의 특수고용직이 근로기준법 체계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 노동 전반에 큰 변화가 불러올 법안이다. 일하는 방식이나 계약 조건이 제각각인 이들을 근로자로 묶어 법을 강제하게 되면 소송만 늘고 기업은 오히려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크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근로자 추정제는 여전히 논쟁적인 제도다. 스페인에서는 제도 도입 이후 딜리버루 등 일부 배달 플랫폼 기업이 시장에서 철수했다. 국내 입법의 참고 모델로 거론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ABC 테스트’ 역시 예외 업종이 광범위하게 설정되면서 전면적으로 확산하지 못했다. 김 장관도 “한국 입법과 유사한 수준의 선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플랫폼 노동자가 매년 10만~20만명씩 증가해 2024년 기준 869만명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부는 ‘근로자의 날’에서 명칭이 바뀐 올해 ‘노동절’ (5월 1일)에 맞춰 속도감 있게 입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의 반발이 크다. 경영계는 법이 통과될 경우 인력 운용이 경직돼 신산업 추진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노동계는 처벌 조항을 포함한 보다 ‘강한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정년 연장, 근로시간 규제 등 주요 노동 현안을 둘러싼 노사 간 대립도 여전히 첨예하다.

김 장관과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 : 노동 현장 출신 장관으로서 1호 노동법안이 왜 일법 패키지인가.
A : 한국은 플랫폼 노동 확산 속도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다. 시급한 문제로, 선도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Q :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통과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A :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이 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 본인의 업무와 경력 정보에 관한 권리, 공정한 계약 체결과 적정 보수를 보장받을 권리,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등 8가지 권리 보장을 담았다. 가장 큰 변화는 사용자에게 서면계약서 작성·교부와 합리적 이유 없는 계약 해지·변경 의무가 생긴다. 법이 통과되면 프리랜서도 일종의 해고와 같은 계약 해지를 당하면 노동위원회를 통해 조정을 받을 수 있다.



Q : 하지만 노동계는 근로자가 아닌 ‘제3의 신분을 만드는 것’이라며, 또 기본법에는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A : 과거 ‘종속적인 근로관계’만을 전제로 설계된 근로기준법을 무한정 확장 적용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기본법인 만큼 처벌규정을 도입하는 것도 맞지 않다. 향후 다수의 후속 입법을 통해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전 국민 산재보험 도입, 프리랜서에 대한 모성 보호 지원, 국가 차원의 경력 관리 체계 구축 등을 고민하고 있다. 예컨대 웹툰 작가도 나라가 공식적으로 경력을 증명해주는 시스템 등을 생각하고 있다.



Q : 근로자 추정제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 형사처벌 규정이 있는 등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매우 엄격하다. 이에 특고 노동자를 일단 근로자로 보고 사용자에게 반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한 부담이라는 지적이 있다.
A : 형사처벌 규정에는 근로자 추정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을 봐도 적용 범위를 ‘이 법과 관련한 분쟁 해결’ 즉, 민사로 한정했다. 근로자 추정제 도입으로 기업과 사용자들이 형사소송의 불확실성에 노출될 일은 없다.


Q : 여전히 사용자 입장에서는 퇴직금 소송 등 법적 불확실성에 노출되게 될텐데.
A : 출퇴근 기록 등 핵심 자료를 충분히 보유한 사용자가 해당 인력이 ‘진정한 프리랜서’임을 반증하는 것이 과도한 부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계약체결 단계에서부터 당사자 모두가 적절한 계약형태를 점검할 수 있다. 실질에 맞는 계약을 체결해 분쟁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현장의 시각은 다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인사노무그룹장은 “애초에 프리랜서 계약이라면 사용자에게 출퇴근 기록 등 관련 자료가 있을 리 없는데, 반증이 쉽다는 건 현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근로자 여부에 대한 법원 판단이 사안마다 달라 사용자가 결론을 예측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기업이 인력 활용에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변하면서 소송은 늘고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근로자 추정제을 도입할 경우 이에 맞게 근로기준법을 유연하게 적용하는(유연성)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고 제한과 근로시간 규제가 엄격한 현 제도를 그대로 둔 채 근로자 범위만 확대하면, 사업자가 고용을 아예 줄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김 장관은 “근로기준법이 경직돼 있다는 평가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유연성’에 대한 논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화 과제로 넘겼다.



Q : 빠르게 늘어난 특수고용직 등 플랫폼 노동은 경직적인 한국 노동법이 낳은 ‘풍선효과’라는 지적이 있다.
A : 근로기준법이 경직돼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데 이런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 노동법이 엄격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람을 채용하지 않게 된 원인을 법의 경직성에서 찾기보다는, 기술 변화가 이런 흐름을 촉진한 측면이 크다고 본다.



Q : 대통령이 강조한 ‘유연안전성’을 언급했는데. 노동부는 ‘유연성’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반도체 주 52시간제 예외 등을 검토할 수 있을까.
A : 반도체 분야에서 주 52시간제 예외가 과도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본다. 이미 특별연장근로 제도가 마련돼 있는 만큼 현행 제도를 활용하면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유연 안전성’ 발언은 노사 간 ‘대화’를 해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부가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추진하기보다 터놓고 논의하자는 의미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사회적 대화 2.0’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 산재 과징금 입법 역시 기업이 부담을 호소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하한선 30억원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A : 현재로써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다만 300명 규모의 대규모 사업장, 또는 2~3명을 고용한 소규모 사업장을 동일 기준으로 적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고용 인원 규모에 따라 과징금 수준을 달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Q :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은 시행 전부터 노조가 시행령 폐지를 요구하는 등 혼란이 크다. 원·하청 교섭 모범 사례는 찾았나.
A : 노조가 우려하는 원·하청 노조는 분리할 수 있도록, 경영계가 우려하는 원청 안에서 분리는 없도록 수정해 올해 1월 안에 재입법예고할 것이다. 제도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그렇다고 폐지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노란봉투법에 여전히 기업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 모범사례는 섣불리 전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Q : 노란봉투법으로 산업통상부가 진행하고 있는 석화 구조조정이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도 있는데.
A : 산업부와는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1월 중 노동부도 조만간 산업부와 함께 기업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우려에 직접 답하고, 중재자 역할을 할 계획이다.


Q : 정년연장 역시 노사의 대립이 팽배해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A : 정년 연장과 재고용을 병행하자는 노사 양측의 요구는 더불민주당이 수용했다. 남은 쟁점은 재고용 기간 근로자의 선택권과 임금 결정 방식 정도다. 사실상 결단만 남은 상황으로, 추가적인 해법이 더 나올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정부가 나서면 오히려 갈등이 커질 수 있어 지원자 역할만 할 계획이다.


Q : 산재 은폐 등 쿠팡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크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 개인에 대한 제재도 노동부는 고민하고 있나.
A : 노동부 입장에선 산재 은폐와 관련해 현장을 훼손해 중대재해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 역시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김범석 의장도 만약 해당한다면 당연히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하는 동일인 지정 여부와 이는 상관없다. 현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중심으로 전담팀이 꾸려졌고 경찰과 공조해 해당 부분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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