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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명품시계 40개 하사"…특검 직전 통일교 궁전 온 시계공

중앙일보

2026.01.18 12:00 2026.01.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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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 천정궁(위)과 천승전(아래). 손성배 기자

지난해 6월 초순 어느 평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한학자(83·구속 기소) 총재가 당시 기거하던 경기 가평 천정궁에 지역 교구장들과 목회자 등 40여명이 모였다. 검찰 수사에 이어 김건희 특검팀 출범을 앞둔 예민한 시기였다.

한 총재는 모여든 이들에게 고가의 손목시계를 일일이 ‘하사’했다. 한 총재가 건넨 시계 중엔 1000만원을 훌쩍 넘는 까르띠에 등 명품 시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천정궁을 나와 각지로 돌아온 이들은 주변에 “총재님이 명품 시계를 주셨다”며 “4~5년 지나 팔아도 수천만 원은 간다더라”고 했다고 한다.

18일 복수의 통일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총재가 내실에 보관하던 시계를 간부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알려진 시점은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지난해 6월 5일)한 즈음이다. 특검팀 출범 이후 가평 천정궁 한 총재 내실 금고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지난해 7월 18일)하기 한 달여 전이기도 하다. 시점상 특검 수사를 앞두고 정치인 등 금품 로비 흔적을 지우려 한 정황으로 볼 여지가 있다.



“장기 보관하다 나눠줄 때 시계 수리공 불러 수리”

시계 수리공이 천정궁에 출장 수리 목적으로 방문했다는 전언도 있다. 장기간 보관하다 시·분침이 안 맞거나 미작동하는 시계 수리를 위한 출장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통일교 관계자는 “시계 수리공을 불러 고친 뒤 6월 초순 평일에 교구장들을 모이게 했다”며 “일정 때문에 못 간 한 인사는 대신 보낸 후배 목회자가 1000만원 넘는 시계를 받아오자 부러워했다”고 말했다.

한 총재의 시계 선물은 신뢰와 결속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방문객도 기념품으로 살 수 있는 천정궁 기념 손목시계나 자체 브랜드(프랑스 기반 크리스천 베르나르) 시계를 나눠주는 일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명품 시계를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하사했다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내부 분위기다. 통일교 간부급 관계자는 “100만원짜리 스위스 브랜드 시계를 주신 적은 있었지만, 10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를 주신 건 여태 없었던 일”이라며 “수십명이 명품 시계를 받아왔다면 벌써 소문이 나야 했는데, 잠잠하다면 입단속 등 이유가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TM(True Mother·참어머니라는 뜻으로 한학자 총재를 지칭하는 말) 보고서에도 한 총재의 손목시계 하사에 관한 이야기가 수차례 등장한다. 2018년 6월 22일 통일교 일본 책임자는 “지난번 참어머님께서 책임자들에게 손목시계를 하사해주신 것처럼 탁상시계를 준비했다”고 보고했다. 이 인사는 2019년 7월에도 “참어머님으로부터 받은 시계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황송하다”고 썼다.

현 통일교 부산울산회장 A씨가 2019년 11월 자신이 쓴 '한일 해저터널' 책을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전달하고 있다. 독자제공


“VIP 주고 남은 까르띠에 시계”

특검 수사를 앞둔 시점까지 보관한 고가 시계 40여점은 정·관계 등 인사들을 위한 선물용 시계였을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통일교 특검을 부추긴 의혹의 중심에도 명품시계가 있다. 한일해저터널 등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전 의원에게 2018~2019년 현금과 불가리 또는 까르띠에 시계를 전달했다고 특검 조사 당시 진술했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지난 7일 “까르띠에 손목시계를 한 총재로부터 하사받았다”는 통일교 원로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원로는 2018년 8월 정원주(70·불구속 기소) 당시 총재 비서실장 연락을 받고 천정궁을 방문했을 당시 한 총재로부터 VIP를 주고 남은 시계라며 1000만원 초반대 까르띠에 시계 선물을 받았다고 했다. 2018년 8월은 윤 전 본부장이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시인한 시점(2018~2019년)과 가깝다.

한편 통일교 측은 특검 압수수색을 앞둔 시점의 한 총재의 고가 시계 하사에 대해 “당시 수사 압박이 심해지던 시기였고, 간부들에게 명품 시계를 나눠줬는지 등은 잘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손성배.정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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